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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7 18:16 수정 : 2005.05.17 18:16

산어린이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한 조봉호 교장(오른쪽에서 세번째). 그는 “남녀 구분을 두지 않고 아이를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 대하는 노력이 양성평등교육 그 자체”라고 말한다.


“남녀 역할 가르지 않아요”

대안초등학교인 산어린이학교 조봉호(50·여)교장은 양성평등교육이 일상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남녀역할에 구분을 두지 않고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대안교육 이념 가운데 하나에요. 우리 학교는 남녀를 구분해서 공부나 몸놀이를 시키지 않아요. 흙을 퍼나르는 삽질을 잘하는 여자 아이들도 있고, 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남자 아이들도 있습니다.”

조 교장의 믿음처럼 이 학교의 양성평등교육은 생활 속에서 이뤄진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생활도 중요한 교과다. 급식당번이나 교실 대청소 등 엄마들만 학교 일에 부역처럼 불려나가는 공교육에 비해 대안학교 부모들의 참여방식은 다분히 양성평등적이다. 이곳에서는 아빠들의 몫이 크다. 아침밥을 챙겨주거나 도시락을 싸는 일 등이 이 학교의 아빠들에게는 더이상 흉허물이 아니다. 아빠들의 모임이 심지어 지나칠 때도 간혹 있다. 학교 안에서 ‘아빠모임’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대안학교 아빠들은 끼리끼리 모이는 걸 즐겨요. 축구나 운동같은 남성적인 운동도 즐기구요. 하지만 공동체가 중요한 만큼, 아빠끼리만 모이는 대신 생활 속에서 엄마나 아이를 배려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많이 가지라고 충고를 드리는 편이죠.”

여자 아이도 흙장난…남자아이도 바느질

산학교는 최근 제2의 개교를 선언하며 시민참여형 대안학교로 모습을 바꾸기로 했다. 조교장을 비롯한 교사, 학부모 모두가 뜻을 모았다. 학교를 조합원만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것으로 돌려놓기 위한 한 방법이었다. 설립인은 100만원씩을 내고, 조합원이었던 부모들은 출자금 600만원 전액을 기금으로 전환했다. 가건물과 허술한 교실 3동뿐인 교실을 확충하고 시설을 확보하려면 설립인의 참여가 절실하다. 조 교장은 “다행히 주위의 도움 덕분에 많은 부분을 해결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부모참여교육이나 양성평등교육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공통의 가치와 이념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행복을 만드는 지름길인 것 같아요.” 산어린이학교 (031)314-1186.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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