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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25 18:06 수정 : 2009.03.25 19:00

우효경/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

최근 장자연씨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여전히 문제가 많은 우리 사회의 접대 관행에 한숨이 난다. 언제쯤 그들은 여자 없이도 스스로 재미있게 노는 법을 배우게 될까? 여자가 따라 주든, 남자가 따라 주든 결국 술맛은 똑같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까? 연예인이라는 특수성과 리스트의 존재로 한창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 사건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의 여성관과 술자리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장자연씨의 선택에 나는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깝다. 여성 신인 연기자로서 연예계의 비리와 부패를 고발하는 순간 그 세계에서 퇴출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선택을 했겠지만 그래도 죽을 용기로 살아서 용감히 싸워 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바람일까.

장자연씨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술자리를 비롯한 남성 중심적 문화를 비판하거나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여성 개인에게 힘든 일이다. 대학 새내기 시절 “술은 여자가 따라야지”라고 말하는 선배들에게 나는 그 자리에서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 동호회에서 남성 회원들이 여자들을 비하하는 농담을 해도 나는 “그만하세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즐거운 분위기를 깨고 이상하고 예민한 여자로 취급받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몇 번을 참고 참은 뒤 간신히 이야기를 꺼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다. “웃자고 한 건데 뭘 그러냐.”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대답이다. 그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여성들이 따르는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는 것은 술을 따르는 여성들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남성들이다. 뭐,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 역시 정말 그를 죽이려고 그랬겠는가? 즐기고 웃으려다 보니 한 일일 것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여성 중에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다면 문제는 예민한 당신이 아니라 남을 불쾌하게 하면서까지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들이 즐거우니까 당신도 즐거울 필요는 없다. 유행하는 말 중에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든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우습게 만들기 위한 말이지만 난 이 말이 참 싫다. 가끔은 웃자고 한 이야기에도 죽자고 달려들 필요가 있다. 다만 진짜 ‘죽지’는 말고 ‘죽자고’ 달려들자. 장자연씨의 죽음이 다시는 장씨와 같은 여성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이 사회의 접대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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