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6.14 11:09
수정 : 2016.06.14 11:25
피해자대책위, A4 700장 분량 내용중 일부 공개
남학생들, 여학생 실명 거론 “새따” “먹혔잖아” 대화
외모 비하부터 성희롱·성폭행·지하철 몰카까지 암시
고려대학교의 남학생들이 1년 넘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언어성폭력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려대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성폭력 사건피해자 대책위원회는 13일 내부고발자가 제보한 A4 용지 700쪽 분량의 언어성폭력 대화내용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대책위가 ‘동기, 선배,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카카오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고발합니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이 학교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의 외모에 대한 비하부터 성희롱, 성폭행 등 성범죄를 연상케하는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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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카카오톡 대화방 언어성폭력 사건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공개한 대자보 ‘동기, 선배,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카카오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을 고발합니다’의 일부. 정대후문게시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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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아 진짜 새따(새내기 따먹기)를 해야 되는데”라고 올리자 다른 학생이 “형이면 1달이면 (중략)”이라고 답했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앞두고는 “이쁜애 있으면 샷으로 (술을) 존나먹기고”, “쿵떡쿵”이라며 성폭행을 암시하는 듯한 말도 남겼다. 또 “(술집) 가서 존나 먹이고 자취방 데려와”, “득녀해야지” 등의 또다른 성폭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들은 특정 동기 여학생을 거론하며 “먹혔잖아”, “씹던 껌 성애자 단물 다 빠진 게 좋노”라는 등 성희롱 대화도 나눴다.
한 남학생은 “지하철에서 도촬(도둑촬영) 성공함”이라며 카톡방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전송해 여성의 몸을 몰래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은 이 카톡방에 속한 남학생 한 명이 지난 10일 피해자에게 카톡 내용을 넘기며 알려졌다. 가해 남학생들은 교양수업을 함께 들으며 친해진 8명으로 알려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가해자 남학생 중 한 명은 양성평등센터 서포터즈였고 다른 한 명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인 새로배움터에서 성평등 지킴이로 활동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문제가 제기된 뒤에도 피해자들을 모욕하며 대책을 논의해 이 과정에서 실명이 거론된 여학생들의 2차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대책위는 지적했다.
이같은 내용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가해 남학생들 처벌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가의 단톡방 성폭력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국민대에서도 한 학과 소모임 소속 남학생들이 단체 카톡방을 통해 여학생들을 ‘위안부’ ‘빨통’에 비유하는 등 심각한 언어 성폭력을 일삼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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