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녀의 ‘부자연스러움’이다. 여자들 사이에서 피우는 담배는 용기 있고, 때로는 자신 있는 아름다움으로까지 비춰질 정도다. 그런데 남자들 사이에서 그녀는 여자가 아닌 남자가 된다. 평소보다 욕설이 잦아지고, 담배 개비수가 많아지며, 들이키는 술잔이 거칠어진다. 이들에게는 묘한 자기 방어 기제가 있다. 여자이면서 남성의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남자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심리적 자기 조정. 마초 사회에서는 마초가 되어야만 한다는 자신과의 타협 같은 게 존재한 것이다. 두 명의 버스 운전사도, 아는 여자 후배도 원래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여성의 ‘마초 되기’가 그들만의 잘못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스스로 마초임을 자처한 한국 사회가 문제가 아닐까.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금이야 그 장벽이 많이 무너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강한 남성 정신을 갖지 않는 이상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여성의 섬세하고, 아름답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그래서 ‘여자로서 행복해요,'라는 외침은 가정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만 유효하지 않은가. 그것도 남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게 한국 사회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여성이 여성으로서 당당히 우뚝 서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초 되기를 포기해야 한다. 마초의 가면을 쓰지 않고도, 남성과 당당하게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남성 중심의 마초 사회가 워낙 공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이여, 남자 스스로 변할 수 있기를 기대하진 마라. 남성은 이미 마초가 돼 버렸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먹잇감을 포획하려는 맹수가 된 지 오래다. 여성들이여, 스스로 마초를 꿈꾸지 마라.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