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만 남성이고 주방 담당은 여성? 공공기관 홍보물도 성차별

성차별적 홍보물. 동영상 속에서 사장은 남성, 주방 담당은 여성, 배달원은 남성으로 묘사돼 있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 사례다.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부, 12개 기관 17개 SNS 홍보물 개선권고
“성역할 고정관념 조장, ‘여성은 남성 의존적’ 편견 강화”

성차별적 홍보물. 동영상 속에서 사장은 남성, 주방 담당은 여성, 배달원은 남성으로 묘사돼 있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한 사례다. 여성가족부 제공

한 공공기관이 ‘근로현장의 안전’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만든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장님은 남성이다. 반면 주방 담당은 여성, 배달원은 남성으로 묘사돼 있다.

이와 달리 한국농어촌공사가 만든 ‘사랑의 계절 김치 나누기’ 홍보물엔 여성과 남성이 나란히 머리싸개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요리를 여성의 역할로 보지 않고, 남성도 함께 참여한 모습을 통해 성역할의 다양함을 보여준 사례”(여성가족부)다.

성차별적 홍보물. 여성 캐릭터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고, 이에 반해 남성 캐릭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적극적 모습이다.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남성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표현돼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부는 공공기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물에서 성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며 12개 기관의 17개 홍보물에 대해 해당 기관에 개선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여성부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서울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양성평등 미디어 모니터회에 의뢰해 에스엔에스 홍보가 활성화된 20개 공공기관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4~5월 두 달 간 게시된 1261건의 홍보동영상과 이미지를 대상으로 특정성별영향 분석평가를 실시한 결과다.

개선권고를 받은 성차별적 홍보물들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13건)하거나, 여성이 남성 의존적이란 편견을 강화하며(2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1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1건) 내용들이었다.

성차별적 홍보물. 여성은 외모 평가에 예민하고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묘사돼 있다. 날씬하지 않은 몸매를 지닌 여성은 눈물을 터뜨리며 운동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개별적으로 보면, 한 공공기관이 만든 ‘물 부족’ 관련 홍보물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손가락을 입에 물고 어찌할 줄 모르는 반면, 남성 캐릭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모습이다.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남성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다. ‘잘못된 다이어트 상식’을 다룬 다른 공공기관 홍보물엔 여성만 등장하며, 몸매가 날씬하지 않은 여성이 눈물을 터뜨리며 운동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셈이다.

이밖에 예술과 체육 분야 장학생 선발 포스터에 온통 수영, 농구, 힙합을 하는 남학생들만 그려놓아 전형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을 드러냈거나, 국제 농촌개발 분야의 전문봉사원을 모집하면서 포스터에 남성만 등장시켜 이 분야 업무에 여성이 적합하지 않은 듯한 편견을 심어주는 홍보물들이 개선권고를 받았다.

박기용 기자 [e-mail]

성차별적 홍보물. 남성만 등장해, 국제 농촌개발 분야 업무에 여성이 적합하지 않은 듯한 편견을 심어준다. 여성가족부 제공

‘성평등 홍보물’ 사례인 한국농어촌공사의 ‘사랑의 계절김치 나누기’. 요리를 여성의 역할로 보지 않으며 김치 담그기 단계에서부터 남성도 함께 참여하는 모습을 통해 성역할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여성가족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