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7 15:39
수정 : 2018.10.28 11:24
부산 일가족 살해·강서 주차장 살인범 모두 전 배우자·연인
여성의전화 “지난해만 살인·살인미수 이별범죄 66건 접수”
‘안전 이별’ 방법 검색 급증…사회적 키워드로 떠올라
경찰 “경호·스마트워치 등 신변보호제도 적극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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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일가족 살인 사건 용의자로 추정되는 신아무개(32)씨가 범행장소인 맨션으로 들어오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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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손녀의 전 남자친구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또다시 ‘안전이별’이 사회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강서구 주차장 살인사건’의 범인도 재결합 거부에 앙심을 품은 전 남편인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만으로 폭행이나 위협, 심지어 살해까지 당하는 일이 잇달아 벌어지면서 데이트 폭력에 관한 폭넓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부산 일가족 4명을 살해한 용의자 신아무개(32)씨는 일가족 중 손녀인 조아무개(33)씨와 교제했던 사이다. 신씨는 지난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 연인인 조씨와 조씨의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살해한 뒤 현장에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바 있다. 경찰은 “조씨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앙심을 품은 신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앞서 강서구에서 발생한 주차장 살인사건의 범인도 전 남편이었다. 피해자 ㄱ씨(47)는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 남편 김아무개(49)씨에게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ㄱ씨는 20년 넘게 가정불화에 시달리다 4년 전 이혼했지만, 전 남편 김씨는 그 후로도 계속해서 ㄱ씨를 괴롭히고 살해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헤어진 뒤에도 고통을 받고 심지어 살해당하는 사건이 늘면서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안전이별’이란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당하지 않고 연인과 헤어지는 것’을 뜻한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포털사이트에는 ‘안전이별’이나 ‘안전이별 방법’ 등이 검색어 순위 상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헤어진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목숨을 잃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2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혼 및 결별 요구 때문에 연인 혹은 배우자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17명으로 집계됐다. 살인미수까지 포함하면 66명으로, 이는 최근 4년 간 가장 많은 숫자다. 이별통보로 목숨을 잃거나 위협을 느끼는 여성은 2014년 63명(살해 21, 살인미수 42), 2015년 64명(살해 17, 살인미수 47), 2016년 63명(살해 13, 살인미수 50) 등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밝힌 범행 동기의 가장 큰 요인은 ‘이별’이었다. 3명 중 1명 이상이 이별을 요구받아 배우자나 연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위협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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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이별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초기에 경찰이나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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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은 “처벌을 강화해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가해자가 범행 후 자살을 했다 해도 신상을 공개하는 등의 사후처리를 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경우, 관할 경찰서에 보호시설이나 경호, 스마트워치 등의 위치 추적 장치를 요청하는 ‘신변 보호 제도’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며 “헤어진 배우자나 연인의 위협을 사전에 100% 방지할 방법은 없지만, 주변 가족과 경찰에 알리는 등 초기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더 심각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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