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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식당 <오키친>에서 포즈를 취한 스스무 요나구니씨. 그는 뉴욕에서만 20여년 일한 요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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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스무 요나구니의 비밀의 주방 ①
괴팍하게 접시를 던지고 주방을 올스톱 시키던 피투시와 테렌스의 추억어떤 식당 주방에는 이런 글도 붙여놨어요. 1. 주방장이 말하는 것은 100퍼센트 진리다. 2. 이 말이 의심스럽거든 1번을 다시 읽어봐라. 무조건이에요. 주방장들은 자기 이름을 키워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장난 아니거든요. 제가 미셸 피투시(Michel Fitoussi)라는 사람 밑에서 부주방장으로 일한 적이 있어요. 아마 뉴욕에서 제일 유명한 주방장일 거예요. 팰리스(Palace)라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 24 5Av.라는 식당으로 옮겨왔는데 거긴 주방 벽면 전체가 타일로 돼 있었어요. 이 프랑스 주방장이 어떤 습관이 있냐면, 매일같이 군화를 신고 와요. 그리고 화가 나면 그 군화로 타일을 뻥뻥 차대요. 그런데 어느날 그 사람이 스니커즈를 신고 온 거예요. 그런데 무슨 신발을 신고 왔는지도 잊어버리고 팡, 하고 타일을 찼어요. 발이 으스러졌어요. 그 다음날 어떻게 하고 왔냐면, 양손에 목발을 짚었어요. 다들 미셸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계단을 올라가는데 도와주질 못해요. 미셸은 주방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요리를 만들면 들고 있던 접시를 일부러 놓아버려요. 그냥 바닥에 휙 던져버리기도 하고…. 테렌스 브레넌(Terrence Brennan)이라는 주방장도 특이해요. 이 사람도 미슐랭 원스타 셰프(프랑스의 레스토랑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최고의 요리사)인데 완전 자기 마음대로예요. 보통 주방에서는 뒷벽에 딱 붙어서 일하게 돼요. 앞쪽에 죽 늘어져 있는 주문표를 봐야 하기도 하고 워낙 좁아요. 계속 그 자리에 서서 음식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일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에 꼭 갔다와야 하는데 가끔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러면 그 자리에 서서 싸라 그래요. 한번은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주방을 올스톱 시킨 적도 있어요. 일단 스톱되면 무조건 올스톱될 수밖에 없어요. 주방에서는 1분이 10분이에요. 1분 만에 접시 몇 개가 나갈 수 있는데요. 자기가 너무 답답하니까 주방으로 들어오더라구요. 주방장은 요리 안 해…어쩌다 손 대다가 안되면 “식당 문 닫아!” 보통 주방장이 되면 요리를 거의 안해요. 재료 관리도 해야 하고 음식원가도 뽑아야 하고, 봐야 할 업무가 너무 많거든요. 한참 요리에서 손을 놓고 있다가 들어오니 잘될 리가 없죠. 아무래도 안되겠으니까 갑자기 “오늘 식당 문을 닫는다”는 거예요. 바깥에는 예약손님들이 산더미처럼 앉아 있는데 말이에요. 주방장이 그러니까 주인이 저에게 달려왔어요. “스스무, 네가 어떻게 좀 해결해 봐라.” 그러는데 나는 할 수가 없었어요. 주방장이 서 있는데 어떻게 내가 해요. 결국 그날 문을 닫았어요. 욕도 많이 먹었고 손해도 많이 봤지만 어쩔 수가 없었죠. 하지만 테렌스는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에요. 괴팍하긴 하지만 그만큼 창의적인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정리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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