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25 15:15
수정 : 2007.05.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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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산 약수터는 박준형의 ‘소림사’다. 그는 철봉과 평행봉으로 수십가지의 훈련을 고안했다. 두 손가락으로 몸을 지탱하기도 하고, 가로로 철봉에 매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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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도망가다가도 빨간불에 멈춤, 독립영화 <어느 날>의 공익액션
공익 액션이란 무얼까? 박준형 감독은 “공익적 메시지가 쓴약이라면, 액션이 단맛이 나는 사탕”이라며 “약을 먹으려면 사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코믹한 내용으로 액션을 채워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착한 내용을 액션 사탕으로 덮은, 일종의 ‘당의정’ 액션인 셈이다.
박 감독의 대표작 <어느 날>은 공익 액션을 본격적으로 표방한 영화다. 주인공 박준형은 소매치기 일당에게 쫓기면서도 폭력은 휘두르지 않는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지킬 건 지킨다는 것. 이를테면 소매치기 일당의 안경을 벗긴 뒤 도망가는 식이다. 신호등의 빨간불이 켜지면 서고, 수박이 깨지면 변상하고, 던져진 화분도 받아 보호한다. △욕설이 나오지 않는다 △피가 나오지 않는다 △폭력적이지 않은 액션 등이 공익 액션의 특징이다.
박 감독은 1999년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8㎜ 캠코더를 산 뒤, 무작정 영화 제작에 뛰어들었다. 정식 영화교육 없이도 8년 동안 동영상과 단편영화 30여 편을 제작했다. 첫 작품 <더 로그>는 외계인이 선한 세상을 꿈꾸는 친구를 납치해 가자, 박준형이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친구를 구출한다는 내용. 1탄은 1만2천원. 2탄은 8만원 가량의 제작비 밖에 들지 않았다. <어느 날>제작비로 외부단체에서 850만원을 지원받는 ‘수준’이 되기까지는 고된 ‘영화 연습’이 있었다.
박 감독은 “폭력적인 대중문화로 청소년들이 악영향을 받을까봐” 이런 영화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착한 액션 영화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 그가 운영하는 이야기픽처스 외에도 필름 박과 손성배 감독이 함께 만든 트루픽처스는 이 장르의 영화를 개척하고 있다. 박 감독도 ‘나쁜 액션’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액션을 위해 ‘평화를 위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독특한 시각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은 <어느 날>은 다음 달 2탄을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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