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루베이다 던퍼드
|
[매거진 Esc] 국제연애의 매너
첫 칼럼에서 썼던 영어강사 친구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친구는 “한국 남자들이 무섭다”며 속이 꽉 찬 귤 봉지를 의자 위에 집어던졌다. 무서운 한국 남자를 만난 적이 없어 연유를 물었다. 얼마 전의 소개팅 이야기였다. 남자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일찍 집에 가려 했는데, 비가 온다는 이유로 그 남자가 굳이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단다. 다음날부터 그 남자한테서 매일 전화가 왔다. 문자도 하루에 15개씩 왔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싶을 정도로 귀찮고 부담이 됐다고 했다. 다시 전화가 왔을 땐 그냥 친구로 지내자며 연락을 줄여 달라고 부탁했단다. 그 남자는 알겠다고 했지만, 내 친구가 너무 좋았는지 연락을 계속했다. 3주 동안 규칙적으로 계속 전화가 왔다. 친구는 받지 않았다. 그러던 중 친구가 감기에 걸렸다. 몸이 안 좋아서 헛갈렸는지 그 남자의 전화를 우연히 받았다. “감기 걸렸네요! 어떻게 하지?” 그 남자는 꼭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보통 서양 사람들은 감기 걸려도 약을 잘 안 먹는다. 친구는 괜찮다고 했지만, 남자는 안 된다고 우겼다. 결국 “답답해 죽겠어, 제발 그만 괴롭혀”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한 시간 뒤 또 전화가 왔다! 한번만 더 전화하면 완전히 연락을 끊겠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왠지 그 남자가 근처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남자는 친구의 집 앞에 있다고 했다. 놀란 친구는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초대도 안 했는데 우리 집 앞에 있다고?”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친구는 집의 현관 문을 살짝 열어봤다. 다행히 남자는 없었다. 대신 문앞에 귤 한 봉지와 약이 놓여 있었다. 친구가 집어던진 바로 그 귤 봉지였다. “완전 스토커야!” 친구는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50년 전이라면 캐나다에서도 이해받을 수 있는 행동이겠다. 혹시 한국에서 그런 걸 기사도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아직도 많이 있는 걸까? 이런 행동이 여자들에게 또는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걸까? 문득 동화 속에서 용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공주님을 구하려고 목숨 걸고 용과 싸우는 기사가 생각난다. 나도 한국 남자를 사귀면 용에게 잡혀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 루베이다 던퍼드 / 캐나다 어학연수생·한국방송<미녀들의 수다>출연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