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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탤리언 레스토랑 ‘EO’의 어윤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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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이탤리언 레스토랑 ‘EO’의 어윤권
어윤권씨의 이력은 화려하다. 스무살부터 요리를 시작했고, 한국의 유명호텔에서 요리를 했다. 그러곤 스물일곱에 이탈리아로 떠났다. 로마·소렌토·밀라노의 유명 식당에서 요리를 했다. 덕분에 한국과 이탈리아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요리의 깊이는 육수…육수의 질은 칼 “한국에서는 모양 예쁘게 내고 손재주 있으면 요리 좀 한다는 소리 듣잖아요. 그런데 이탈리아에 갔더니 기준이 달라요. 우선 요리사라면 모든 재료를 떡주무르듯 해야 해요. 30킬로그램짜리 참치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같은 걸 능수능란하게 다뤄야 해요. 그래야 기초과정이 끝나는 거죠.” 그가 코르텔로 다 스카파오사(Cortello da Scapaossa; 뼈를 박살내는 칼)를 가장 아끼는 칼로 꼽은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는 요리의 깊이를 육수에서 찾는다. 육수 뽑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칼이라 생각한다. 큰 생선이나 고기의 굵은 뼈를 세밀하게 자를 수 있는 칼이 있어야 제대로 된 육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도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음식문화 수준이 정해진다고 믿는다. 이탈리아의 메뉴를 보고 놀란 것도 그 때문이다. 칼질 잘 한 건 두 배 값 “아무개 칼한테 감사” ‘벤탈리아토 프로슈토’라는 메뉴가 있다. 한국말로 옮기자면 ‘칼질 잘한 프로슈토’다. 기계로 썰어낸 프로슈토(햄)가 13유로 정도 한다면 칼질 잘한 프로슈토는 20유로에 이른다. 섬세한 요리의 과정에 값을 치른다는 것이다. “잡지의 화보에다 요리를 싣는 경우에 이런 문구를 쓴 걸 봤어요. ‘이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무개 칼한테 특별히 감사를 표한다’. 한국도 이젠 선진국이 됐지만 식문화에선 아직 많이 뒤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좋게 생각하면 근검절약이 몸에 밴 것일 수도 있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밥 한 끼 먹는데 뭐 그렇게까지 돈을 내면서까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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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권씨가 가장 아끼는, 뼈를 박살내는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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