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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덜 떨면서, “마케나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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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마케나이데 (負けないで。) 우리말로 ‘지다, 패하다’라는 뜻의 동사 ‘負ける’(마케루)에 부정을 나타내는 ‘ない’(나이, 無い)가 붙어 완성된 말 ‘負けないで。’(마케나이데)는 ‘지지 마, 패하지 마세요’ 정도의 의미다. 여기서 잠깐 눈물 한 번 훔치고. 일본 문화나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눈물을 훔쳐내는 청승맞은 행동에 조금이라도 동감해 주지 않을까. ‘마케나이데’는 90년대 제이팝(J-Pop)을 대표하는 그룹, ‘자드’(ZARD)의 유명한 히트곡이다. 이 곡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실패하고 좌절하는 사람에게 “지지 말아요, 조금 더, 끝까지 달려가 보는 거예요.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곁에 있어요” 하고 정직하게 말해 준다. 지난주 포털 메인을 열었다가 ‘자드 보컬 사카이 이즈미 사망’이라는 뉴스를 보고 손목이 덜덜덜 떨렸더랬다. 한때 일상의 전부를 지배했을 만큼 중독되었던 그의 목소리를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사실, 지금의 세대에게는 ‘슬램덩크 주제가를 부른 가수’로 더 유명하다는 사실, 거기에는 너무나도 큰 격차를 가진 새로운 정보들이 한꺼번에 입력을 원하고 있었다. 사카이 이즈미가 숨졌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슬펐다. 올해로 마흔이 되는 그는 몇 해 전부터 자궁암을 앓고 있었고 이미 폐까지 암이 전이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뇌진탕. 병원 계단에서 추락한 그녀의 사망원인을 자살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긴 생머리와 하이얀 티셔츠, 그리고 청바지로 대표되는 그의 청순미는 90년대 일본을 사로잡았던 순정 아이콘의 대명사 그 자체였다. 자드라는 그룹은 엄청난 인기에도 거의 텔레비전 활동을 하지 않는 신비주의 전략으로 유명했지만 사카이 이즈미의 청량한 목소리와 청순미만은 끝끝내 감추지 못했다. 이은혜/ 축구전문월간지 <포포투> 기자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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