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다양한 사람들을 배려한 유니버설 디자인 펜 제품. 누구든 힘들이지 않고 쉽게 글씨를 쓸 수 있다.(제품명 : 좌에서 우로, 1.Ergonomic Ring Pen(National. 미국) 2.Universal Pen (Tripod design. 일본) 3.Writing Bird(North Coast. 미국) 4.Ergo-Sof PenAain(PACIFIC WRITING INSTRUMENTS. 미국) 5.Evo-pen(MaxiAids. 미국)

[매거진 Esc] 이호숭의 유니버설디자인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나 낙서 같은 본능적인 행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필이나 크레용 쥐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글쓰기를 처음으로 시작하고 바르게 연필 쥐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부모님에게 꾸지람을 들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었을 것이다. 젓가락 사용 방법도 처음 배울 때는 어렵다. 아직 민첩한 손가락 운동이 발달하지 못한 어린아이들에게 연필 쥐기나 젓가락 사용법 같은 일상생활 훈련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린아이뿐만이 아니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듦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 변화의 증상 때문에 손으로 뭔가를 쥐는 동작이나 손을 이용한 정밀한 작업이 힘겨워지기도 한다. 더구나 서구 사람들은 식문화의 차이 때문에 한국 음식이나 동양 음식을 먹을 때 젓가락 사용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사진 속 제품들처럼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이 편히 쥐고 쓸 수 있는 펜 종류가 많다. 이러한 제품들은 누구나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한 유니버설디자인 제품이다. 예를 들어 손아귀 힘(쥐는 힘)이 약해지거나, 손가락 관절을 변하게 하는 질환, 마비, 다쳤을 때에도 손가락에 끼우거나 움켜쥐는 식의 다양한 방법으로 제품을 쓸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형태의 젓가락들. 한국에 온 외국 사람들이 탐낼만한 디자인들이다.(제품명 : 1.Hasiosuke(윈도후. 일본) 2.Hasi(아오요시제작소. 일본) 3.Soft Barrier Free Hasi(다이와. 일본)

사진 속 젓가락은 손가락 운동이 어려운 사람들도 젓가락에 붙어 있는 보조 장치를 써서 마치 집게를 사용하듯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어른용은 물론 젓가락 사용법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제품도 같은 원리를 적용했다.

이와 같이 유니버설디자인은 쓰는 사람에게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관찰해 제품을 개선해 나간다. 제조자는 기술적인 측면뿐 아니라 마케팅을 고려할 때도 사용자 중심의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이블에 놓여있는 연필이나 젓가락을 미끄러지는 일 없이 쉽게 집을 수 있도록 배려한 디자인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호숭 경성대학교 유니버설디자인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