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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3 16:52 수정 : 2007.06.13 21:39

카페 ‘작업실’의 실내 풍경(왼쪽) · ‘몽마르뜨 언덕 위의 은하수’ 에서 파는 푸짐한 에스프레소(오른쪽)

[매거진 Esc]

테라스와 와인으로 무장한 새로운 개념의 카페골목

개인적인 얘기부터 시작하자면, 오래 전의 홍대가 생각난다. (시골에서 막 서울에 온 뒤) 홍대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나는 충격을 먹었다. 그러니까 현대백화점에서 오르막길을 올라 홍대로 좌회전한 후 펼쳐지는, 수많은 미술학원과 카페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카페에서는 ‘너바나’나 ‘오아시스’같은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상영하고 있었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 아이들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촌놈이었으므로 부러웠다. 그후 홍대 근처 카페를 줄기차게 들락거렸다. 홍대의 카페는 조금씩 변모하고 있었다.

유럽이 부럽지 않다.

홍대는 이제 예전의 홍대가 아니다. 예술의 거리였던 곳은 클럽과 유흥의 거리로 바뀌었고, 자유로움을 장려하던 분위기는 이제 방종을 유도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홍대가 다른 어느 곳과도 다른 이유는 구석구석 숨어 있는 보석같은 카페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대안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리카페’라든가 고즈넉한 분위기의 ‘고조’(GOZO) 같은 곳은 여전히 홍대답다.

노란색이 감각적인 ‘카페테리아 405키친’(왼쪽) · ‘은하수다방’의 테라스 (오른쪽)

최근 또다른 골목이 홍대 카페의 중심지로 뜨고 있다. 홍대 앞 주차장 골목의 샛길부터 시작하는 ‘카페 골목’에는 새로운 내용의 카페로 가득하다. 이 골목의 가장 큰 특징은 테라스다. 골목길로 들어서면 여러 군데 카페의 테라스가 눈에 들어온다. 유럽의 노천카페를 부러워했던 사람들이라면 이곳에서 시원한 여름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대부분의 카페에서 와인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와인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반가운 골목이 없을 듯하다.


그 중에서도 ‘카페테리아 405키친’과 ‘물고기’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 ‘물고기’는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실내와 야외의 좌석을 시원하게 연결해 놓아 지나는 사람들이 연신 안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이 정도라면 유럽의 노천카페가 부럽지 않다. ‘카페테리아 405키친’은 공간 분할이 인상적이다. 청담동의 ‘잘나가는’ 카페보다도 훨씬 세련된 공간이라고 치켜세우는 이들이 많다. ‘카페테리아 405키친’ 옆에 있는 ‘작업실’은 조용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이면서 와인도 판다.

한옥을 개조한 ‘커피잔 속 에테르’ (왼쪽) · 커다란 유리로 장식한 ‘카페아드’
골목의 한가운데는 커피 볶는 집 ‘빈스메이드’(Beans Made)가 있다. 하얀색 인테리어도 감각적이지만 카페 골목 한가운데 이 집이 있으니 카페 거리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골목의 끝자락 즈음에 있는 ‘몽마르뜨 언덕 위의 은하수다방’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카페다. 이름과 가게의 간판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다방’ 개념을 내세웠다. 차림표에는 ‘은하수 다방 커피’(말 그대로 프림과 설탕을 넣은 다방 커피다)나 ‘미숫가루’와 같은 재미나는 메뉴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곳 역시 자그마한 테라스가 마련돼 있다. ‘카드 아드’(Cade ade), ‘커피잔 속 에테르’ 같은 카페도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이다.

북카페이면서 와인도 파는 카페. ‘작업실’ (왼쪽) · 단순한 멋의 ‘카페코드’ 간판(오른쪽)

‘은하수 다방 커피’ 드실래요.

홍대의 카페들은 대부분 구석진 곳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다양한 카페들이 한정된 지역에 밀집한 데는 없었다. 게다가 테라스와 와인을 무기로 내세운 새로운 공간들이다. 홍대 카페 문화의 르네상스라 할 만하다. 이 카페 골목에 더 다양한 공간들이 생겨나서 새로운 홍대의 카페 문화가 생겨나길 기대해본다.

테라스와 와인으로 무장한 새로운 개념의 카페골목

글·사진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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