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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럭거린 피자는 맛이 없다오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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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사 X와 김중혁의 음식잡담
피자이올로는 반죽 펴는데 딱 3초 …
피자 재료가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
서울 청담동 이탤리언 레스토랑 ‘안토니오’
김 자꾸 청담동에 오게 되네요. 오늘은 청담동의 이탤리언 레스토랑 ‘안토니오’입니다.
X 청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한국 요리의 가장 적나라한 부분을 보여주니까 오지 않을 수 없지.
김 이탈리아로 여행갔을 때 제대로 된 피자집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도저히 고를 수가 없더라고요.
X 고르는 법이 있어. 주방에 화덕이 있고, 그 옆에 누가 서 있을 거 아냐. 딱 보면 머리가 새까맣고 반질반질한 게 전형적인 나폴리 사람처럼 생긴 사람이 있어. 그런 집들은 대체로 맛있어.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아. 피자이올로들이 하는 집이지.
“빨리 만들어야 많이 팔지”
김 피자이올로요? X ‘이올로’라는 접미사가 기술자라는 뜻이야. 정말 기술자인 것이 워낙 일이 험하고, 무한 반복하는 일이기에 보통 사람들은 견뎌내기 힘들어. 요리사들보다 돈을 더 받는 경우도 많지. 김 대학로에 있는 ‘디마떼오’에 갔더니 거기 이탈리아 사람이 피자 반죽을 엄청나게 빨리 만들더라고요. X 이탈리아에서 내가 정확하게 시간을 재봤는데, 피자 반죽 한장 펴는 데 딱 3초 걸려. 일단 왼손으로 반죽 한 쪽 끝을 들어. 그러면 반죽이 축 늘어지지? 그러면 오른손으로 늘어진 반죽을 반대로 툭 쳐. 그리고 왼손으로 다시 반죽을 툭 치고, 다시 한번 오른손으로 툭 치면, 끝이야. 딱 3초야. 토핑을 후다닥 얹으면 옆에 있던 쫄따구가 삽으로 푹 퍼서 화덕에 넣는 거지. 김 그렇게 빨리 반죽을 할 필요가 있어요? X 빨리 만들어야 많이 팔지.(웃음) 그리고 반죽을 손으로 주물럭거리면 맛이 없어져. 발효가 끝난 반죽은 이스트가 잔뜩 부풀어 있지. 그 속에 공기가 들어있단 말이야. 그 상태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최대한 반죽을 펴내야 맛있는 거야. 밀대로 밀고 그러면 맛이 나겠냐? 그런데 피자이올로 일이 워낙 힘드니까 이탈리아에서도 점점 없어지고 있어. 김 일단 먹고 하죠. 마르게리타와 디아볼라. X 마르게리타가 피자의 기본이지. 마르게리타에 들어가는 재료가 이탈리아 국기의 삼색을 상징한다는데 …. 김 흰색은 모차렐라 치즈, 빨간색은 토마토, 초록색은 바질? X 믿거나 말거나. 김 마르게리타보다는 디아볼라가 더 맛있네요. 디아볼라는 살라미가 들어가서 간이 잘 맞는데, 마르게리타는 좀 싱거워요. X 이탈리아 사람들은 마르게리타 위에다 자기식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마르게리타 위에다 버섯 잔뜩’, ‘살시체와 버섯을 섞어줘’, ‘디아볼라를 두 배로’ 같은 주문을 해. 피자가 재미있는 게 무한증식이 가능한 거지. 뭘 얹어 먹어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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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맛있는 안토니오의 마르게리타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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