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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6:28 수정 : 2007.06.21 16:28

푯말을 꽂고 꽃 이름만 외워두면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매거진 Esc] 이명석의 반려식물 사귀기

꽃시장은 여러모로 신비롭다. 나는 그곳 상인들과 가끔 초현실주의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아주머니, 이거 무슨 나문가요?” “아, 나무야. 좋아.” “이거 꽃 이름이 뭐냐고요?” “그래, 꽃이 잘 펴. 좋지.” “꽃 이름 모르세요?” “3천원이야.” 나는 잎사귀 안을 들여다본다. 줄기가 목질이 아니다. “나무는 아니네요.” “2천원 해줄게.” “네, 하나 싸주세요.”

동네 화원은 물론이고 제법 전문화된 시장을 가더라도 화초 이름 하나 알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한번은 유도화(柳桃花)라고 적힌 나무를 사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나무의 또 다른 이름은 협죽도. 제주도에 수학여행 간 학생이 젓가락 대신 나뭇가지를 잘라 썼다가 죽어 버렸다는 독(毒) 나무 아닌가? 나는 나무 둘레에 철망을 치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나무의 정체가 밝혀진 건 꽃이 피고난 뒤. 유도화라는 이름처럼 복숭아와 닮은 꽃이 피어야 하는데, 작고 새빨간 별 모양의 꽃이 잔뜩 터져나온 거다. 수소문 끝에 영어권에서 버터플라이 위드라고 하는 전혀 다른 종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이름이 뭐가 중요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자식처럼 키울 거면, 삼돌이니 봉순이니 하며 직접 이름을 지어주면 어때? 이름보다는 햇빛은 얼마나 비춰줘야 하는지, 물은 자주 줘야 하는지, 녀석들을 잘 키울 방법을 아는 게 더 중요하잖아. 그런데 이 이름이 그런 비밀을 가장 잘 가르쳐준다. 완전한 토종의 야생초 같은 경우가 아니면, 우리가 키우는 대다수의 화초들이 외래종들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이름만 알면 바로 이력서를 뽑을 수 있다. 고향의 기후가 어떤지, 물과 햇빛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겨울은 날 수 있는지,
어떤 요리에 넣어 먹을 수 있는지.

요즘은 화초 이름의 유래를 알아내는 데 또 다른 재미를 들였다. 붉은 줄기에 초록색 앙증맞은 입이 쫑알쫑알 매달린 ‘노보단’은 야후 재팬에서 정체를 밝혀냈다. 야목단(野牡丹)을 서양 느낌 나게 가타카나로 ‘노보탄’(ノボタン)이라고 쓰고 말하는 게 전해 들어온 것 같다. 화원 아저씨가 “미스 김”이라고 장난스럽게 부른 라일락은 정말 공식 명칭이었다. 4.19 묘역 근처에 많이 핀 정향나무를 1947년 미국인이 반출해 “미스 김”이라는 이름으로 원예시장에 내놓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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