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1 16:42
수정 : 2007.06.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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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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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오빠 달려
드넓은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새하얀 돛단배. 오늘 하늘은 바다를 보는 것 같네요. 오늘처럼 속으로 새하얀 모래가 비칠 것 같은, 잡티 하나 없이 맑은 파란 하늘을 보면 이렇게 스쿠터를 타고 소풍을 떠나야만 하니, 전 아직 어린앤가 봅니다. 눈 깜짝 할 새에 스물네 살이 되었지만요. 참 제 이름은 임금아입니다. 이름이 특이하죠? 사랑하는 아버지가 지어 주셨어요.
오늘은 주말을 맞아 소풍을 나왔어요. 선유도 공원을 가려고 해요. 김밥도 싸고, 쿠키도 구워서 소풍가방에 담았지요. 오늘 친구들에게 자랑하려고 예쁜 모자도 샀는데 잘 어울리나요? 헬멧을 쓰면 머리 모양을 예쁘게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예쁜 모자 덕분에 걱정이 없어요. 빨리 가서 시멘트 냄새 가득한 조각물들도 구경하고 돗자리 깔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싶어요.
제가 이렇게 스쿠터를 타고 소풍 가는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이 벌써 1년이나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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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줌머(HONDA ZOO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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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저에겐 이 스쿠터가 처음입니다. 이 녀석은 일본 제일의 가문 혼다 출신인데요. 스케이트를 넣을 수 있도록 트렁크가 개방되어 있는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스타일 좋은 보더들이 많이 타면서 유행되기 시작했어요. 동그란 눈의 라이트에 뼈대만 있는,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은 디자인 덕에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델이죠. 50cc라서 등록도 필요 없고, 시트도 낮아 저처럼 스쿠터 처음 타는 친구들이 많이 선택하는 모델 중에 하나랍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았는데도 ‘줌머’(Zoomer)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요.
저는 조용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좋아 튜닝을 하지 않았는데, 친구들 중에는 수백만원 돈을 들여 튜닝을 한 친구들도 많아요. 줌머 동호회에 나가면 똑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을 정도예요. 덕분에 다들 이름은 같아도 모양은 다르지요. 남들과 똑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이것도 이 녀석만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직장생활 하느라 출퇴근과 주말 소풍에 주로 이용하지만, 학교 다녔을 때 이 녀석을 만났다면 아마 전국 일주라도 한다고 난리 법석을 부렸을 텐데요. 조금 일찍 못 만난 게 아쉽네요.
전 지금 의상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데 얼마 뒤 일본으로 공부를 하러 갈 작정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공부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요. 일본은 바이크와 스쿠터의 천국이라고 하니까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겠죠? 아무튼 낯설게 다가올 새 인생이 무척 기대되고 신나네요. 앗, 지금 몇 시에요? 저 지금 가 볼게요. 친구들이 제 도시락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거든요. 참, 스쿠터 있으면 같이 가셔도 돼요!
임유수/ <스쿠터앤스타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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