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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자 스밀라. 나보다 엄마를 더 좋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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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고경원의 애니멀퍼스트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개 그렇듯, 어머니도 “고양이는 원수를 갚는 영물이니, 절대 집에 들이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슨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 싶었지만, 어머니에겐 확고한 근거가 있었다. 우리 할머니, 그러니까 어머니에겐 시어머니인 그분이, 고양이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루는 할머니가 집 안에 들어온 새끼 고양이를 내쫓았는데, 앙심을 품은 어미 고양이가 어느 날 할머니를 깜짝 놀라게 하는 바람에 할머니가 쓰러졌고, 오래 앓다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몇 차례 설득도 해봤지만 어머니는 완고했다. 그래서 작년 7월 스밀라가 우리 집으로 숨어들었을 때 제일 걱정됐던 사람도 어머니였다. 언젠가 독립하면 고양이와 함께 살 생각은 했지만, 분가하는 시점보다 고양이가 먼저 내게 올 줄은 몰랐다. ‘이제 어쩐다, 이 녀석이랑 집을 나가서 월셋방이라도 얻어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그런데 뭐든 닥쳐봐야 안다고, 처음 스밀라를 발견한 어머니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내다 버리라는 말씀은 차마 못 하셨다. 자꾸 눈치 보며 구석으로 숨는 녀석이 불쌍해 보였던 게다. 그렇게 어영부영 스밀라와 한집 살림을 시작하면서, 어머니도 알게 모르게 정이 드셨나 보다. 서점에서 ‘고양이 잘 키우는 법’에 대한 책을 읽고 와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고, 스밀라가 중성화 수술을 받고 누워 있을 때 ‘몸이 따뜻해야 한다’며 앙증맞은 꽃무늬 담요를 덮어주셨다. 이 무렵까지만 해도, 나는 스밀라가 날 가장 많이 의지하고 따를 거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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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애니멀 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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