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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7 18:19 수정 : 2007.06.27 18:29

낙지를 데쳐먹은 국물에다 면을 넣어 먹는다.

[매거진 Esc] 낙지가 제철인 서산 왕산포에서 조금은 잔인한 식사 하기

낙지가 제철인 서산 왕산포에서 조금은 잔인한 식사 하기

충남 서산 지곡면 중앙리의 왕산포는 낙지로 유명하다. 지금이 제철이다. 낙지 전문가들(이란 게 있겠냐만)은 벌써 낙지가 너무 커버렸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제철이다. 왕산포에서는 ‘밀국낙지’가 유명하다. 먹는 순서는 이렇다. 우선 펄펄 살아 숨쉬는 낙지를 통에 담아 온다. 큰 낙지는 2만5000원 정도고, 작은 낙지는 마리당 2500원 선이다.(가격은 자주 바뀐다.) 작은 낙지로 고른다. 일단, 생으로 먹어야 한다. 그 방법이 충격적이다. 낙지의 머리 뒷부분의 틈으로 젓가락을 밀어넣는다. 그리고 젓가락을 살짝 벌린다. 그 사이로 마늘을 쑤셔넣는다. 매운 마늘을 머리 속에 품어야 하니, 낙지도 참 고생이 많다. 마늘이 잘 들어갔으면 낙지의 다리를 젓가락에다 휘휘 감는다.(꼼짝 마!) 그리고 머리끝에다 된장을 살짝 바른다. 그리고 씹어 먹는다. 질기지 않다.

낙지의 마지막 생명이 입속에서 느껴진다. 낙지가 입천장 등에 붙으면 혀에다 침을 묻혀 슬슬 돌리면 금방 떨어진다고 종업원이 설명해 준다. 실제로 그렇다. 살아 있는 낙지를 먹다 지치면 이번에는 데쳐 먹는다. 대파, 양파, 박속을 펄펄 끓인 물에다 낙지를 담근다. 살아 있는 녀석을 담그자니 가슴이 아프다. 1초 만에 몸이 굳는다. 굳어도 여전히 부드럽다. 맛은 좋다. 가슴은 아프지만 혀끝은 만족스럽다. 낙지도 고통을 느낄까? 먹으면서도 내내 마음이 무겁다. 어쩌자고 인간들은 이렇게 세상의 모든 생물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낙지를 입속에다 넣는다. 낙지를 다 먹고 나면 면을 넣어준다. 끝까지 낙지를 우려 먹는다. 왕산포에는 우정횟집과 왕산포횟집이 있다. 서산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대산 방면으로 가다 보면 중왕리 방면으로 향하는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산= 김중혁 기자


게장국물과 묵은 김치의 조화

서산과 태안 근처에 가면 우럭젓국과 게국지를 꼭 맛보라



게장국물과 묵은 김치의 조화
서산과 태안 근처에는 유명한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박속밀국낙지탕’, ‘우럭젓국’, ‘게국지’ 등이다. 우럭을 꼬들꼬들하게 잘 말린 뒤 무, 청양고추, 마늘, 양파, 새우젓 들을 넣어 끓인 것이 우럭젓국이고, 게장을 담갔던 국물에 묵은 김치를 넣어 끓인 음식이 게국지다. 특별한 요리라기보다는 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식자재를 이용한 보편식이라 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우럭젓국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태안의 법원등기소 건너편 ‘토담집’(041-674-4561)이었다. 우럭젓국의 핵심은 얼마나 우럭을 잘 말리냐에 달렸는데 이 집의 우럭이 그중 가장 낫다는 것이다. 여러 집을 비교해보지 못했으니 이 집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시원한 국물 맛은 수준급이다. 고추를 너무 많이 넣어 우럭의 구수한 맛을 가리는 게 흠. 게장도 맛있다.

서산시 동문동의 ‘산해별미’(041-663-7853)와 음암면 도당리의 ‘덕수식당’(041-663-2467)도 우럭젓국으로 유명한 곳이다.

게국지로 가장 유명한 집은 서산시 읍내동의 ‘진국집’(041-665-7091)이다. 골목 구석에 숨어 있는데다 집도 크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집에서 밥을 먹으려면 물량 공습을 견뎌야 한다. 반찬이 여러 종류 나오는 거야 이해한다 쳐도 찌개만 (평소에는 세 가지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이날은) 네 가지가 나왔다. 게국지, 참깨장, 김치찌개, 계란탕을 두 사람이 먹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국지보다는 김치찌개와 참깨장이 별미다. 게국지 자체가 워낙 심심한 음식이다. 진국집의 백반 가격은 1인분에 5천원인데, 양과 질에 비하면 싼 편이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갈 필요는 없을 정도의 맛집이지만 근처를 지나고 있다면, 싸고 푸짐한 밥집을 찾고 있다면, 인심 좋은 할머니들의 밥집을 좋아한다면 들러볼 만하다.

서산·태안= 김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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