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국제연애의 매너
어릴 때 점심을 먹다가 야채를 뱉어 버린 기억이 있다. 그 야채는 맛과 모양이 익숙하지 않았다. 자라면서 누구나 한번쯤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거다. 어떤 음식에 대한 호불호는 배운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밥을 잘 먹는 편이다. 독일 음식 중에 싫어하는 음식은 거의 없다. 그런 나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내가 좋아하는 독일 음식 ‘자워크라우트’와 이론적으로 비슷한 음식인 김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김치 없이는 살 수 없고 독일이나 프랑스로 돌아가도 며칠 동안은 김치를 먹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 음식이 있다. 프랑스식 아침식사에는 항상 큰 컵의 밀크 커피와 바게트빵, 잼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나는 한국에서도 아침식사로 빵 종류를 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다른 아침식사가 가능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도 못했다.
한국 대학원에서 간 첫번째 엠티에서 나는 다른 식문화를 배웠다. 전날 잘 놀고 잘 자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다른 학생들이 라면을 먹고 있는 것을 봤다. 내가 늦잠을 자서 대낮에 일어난 줄 알았다. 시간을 물어봤는데 아침이었다. 나는 아침식사로 면류를 먹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빵과 잼을 찾았지만 라면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모든 한국인이 아침식사로 면류를 먹는 줄 알았다.
지금은 한국인들이 라면보다 찌개류를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짠 아침식사와 단 아침식사 사이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지금은 짠 아침식사에도 익숙해졌지만 나는 아직 아침식사로는 커피와 함께하는 단 식사가 좋고 입맛을 곧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국제 연애 커플의 경우에 만약 한 사람은 서양식 아침식사를 좋아하고 또 다른 사람은 짠 음식을 좋아한다면 이건 분명히 문제가 된다. 두 가지 아침식사를 준비하든지 아니면 나가서 애인을 위한 식사를 사와야 하니까. 길게 보면 두 가지 방법 모두 완벽하지 않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둘 다 식사를 즐기기 위해서 습관적인 음식을 줄일 필요는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상대방 식문화에 대한 놀라움은 여전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버트란 상제/한국 주재 독일인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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