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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4 18:10 수정 : 2007.07.04 18:10

유모차에 의지하는 우도의 꼬부랑 해녀들, 물 속에선 UDT 특전용사로 변신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사진작가, 바다를 찍다

소가 드러누운 모습과 비슷해 우도란다. 제주시 성산읍 성산항에서 뱃길로 15분. 본디 궁벽한 어촌이던 우도는 지난 5년 새 성시를 이루는 관광지가 됐다. 지난해 방문객만 연 50만 명을 넘었다.

사진작가 성남훈(44)씨가 지난해부터 우도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우도의 해녀를 비롯한 섬사람들의 일상이 그의 피사체다. 그의 프레임에 걸린 우도는 한국 영화가 수차례 인용한 낭만적인 엽서 풍경뿐만이 아니다. 그의 사진 속엔 우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들과 우도를 스쳐 지나는 이들이 교차하고 있다.

성씨의 작업은 우도를 재발견하는 작업이다. 그는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동시에 체험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여행의 매력이라고 사진을 통해 말한다. 그리고 그는 덧붙인다. “우도는 크지도 작지도 않다. 한 사람이 아우르기에 딱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며칠 머무르면서 섬 생활에 젖을 때 그 때에야 우도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30분이면 어느 곳이든지 갈 수 있는 섬. 아름다운 바다 풍광과 함께 제주의 민속적 일상이 남아 있는 섬. 그의 사진을 응시하다 보면, 갑자기 우도에 가고 싶어진다.

한겨레 매거진 는 국내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10명과 함께 10주 동안 우리가 ‘관광’하며 지나쳤던 바다와 바다 마을의 숨은 미학을 재발견한다. 개중에는 여름휴가 명소도 있고, 일반인에겐 숨겨진 비경도 있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고리타분했던 아름다움의 정형이 새로운 문법의 아름다움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

유모차에 의지하는 우도의 꼬부랑 해녀들, 물 속에선 UDT 특전용사로 변신


할망, 불로초는 캐었소?
우도의 바닷가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묘한 소리가 들린다. 바람 소리는 아니다. 처음 내가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돌고래의 울음소리 같았다. 분명 울음소리였다. 그리고 나중에 깨달았다. 하루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천길 물속을 오르내리는 해녀들의 한을 실은 ‘숨비소리’였던 것이다. 숨비소리는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녀가 참았던 숨을 내쉬는 소리다.

그리고 바닷가엔 이상하게도 유모차가 많았다. 아이들을 태우고 바닷가로 나들이를 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중에야 알았다. 물질을 하고 나온 ‘꼬부랑’ 할망(할머니) 해녀들은 유모차를 앞에 밀고 슬금슬금 걸어갔다. 알고 보니 할망 해녀들의 다리를 대신하는 이동 도구였다. 어찌 생각하면 할망 해녀들이 잃어버린 유년 시절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듯 보이기도 했다.

물질을 하러 나가는 서광리 잠수회 해녀들. 두렁박을 머리에 이고 가는 모습이 이채롭다.
할망들은 보통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릴 적부터 그의 어망(어머니)에게 물질을 배웠다. 그리고 쉰, 예순이 되기까지 우도 앞바다에서 물질을 쉬지 않았다. 그 긴 고통의 시간이 할망들의 휘어진 허리와 가슴에 한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멀리서 유모차에 의지해 걸어오고 있는 할망의 모습은 그들의 굽은 허리만큼이나 애처롭지만, 몇분 뒤 마법에 걸린 양 곧고 힘찬 검은 전사, 아니 작전을 앞둔 유디티(UDT)와 같은 특전부대의 모습으로 당당히 변한다. 그것은 신화 속의 인어도, 용궁을 드나드는 신비한 존재도 아니다. 거칠지만 따스한 가슴을 열어 보일 수 있는, 고난의 삶을 지혜롭게 헤쳐온 내 어머니의 모습이다.

물질이 없을 때엔 밭일을 해야한다.
당제가 있는 날엔 우도 주민들 모두가 모인다.
우도 할망들은 만성 잠수병을 앓고 있다. 아픔을 잊으려고 한 주먹의 뇌신(두통약)과 이런저런 약을 들이켜야 하는 고통을 날마다 그들의 망사리(해물을 담는 그릇)에 담고 살아간다. 망사리 안에는 그들이 끔찍이도 사랑하는 가족과 그리고 흔히 요즘 즐겨 사용하는 ‘전문직 프리랜서 직업인’의 자부심이 함께 담겨 있다. 이제 400여명만 남은 우도 해녀들은 그 자부심 뒤로 더는 돌이켜놓을 수 없는 세월의 덫에 잡혀 할망이 되어간다.

일을 마친 해녀가 밝게 웃는다.
아침마다 힘찬 물질이 시작된다.
지금도 어떤 할망은 간혹 바다 속에서 용궁과 용왕을 보기도 한단다. 이 모든 것을 우도의 바닷가를 걸으면 듣고 보고 맛볼 수 있다.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캐어 올린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불로초를 말이다.

우도(제주)/사진 성남훈·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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