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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차 상하이에서 만나 친구가 된 벨기에 사업가 마이클(왼쪽). 제너럴 아이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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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최범석의 시선 ⑧
얼마 전 상하이 근처 우시라는 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상가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답사차 출장을 갔다. 또 그곳에서 지난해부터 사업 제안을 했던 벨기에 의류사업가를 만나기로 했다. 어느 벨기에 파트너와 있었던 일 마이클이라는 이름의 그 친구는 상하이와 베이징, 홍콩에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와 벨기에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은 편집 매장을 열고 싶어 했다. 마침 상하이에 매장 자리를 알아보러 오는 길에 우리 팀과 스케줄이 맞아 약속이 된 것이다. 마이클이 한국에 몇 번 올 때마다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는데 그는 지난 5월 이메일로 나를 벨기에로 초청하기도 했다. 솔직히 그 초청이 달갑지 않았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초청은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왠지 사기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어 찜찜했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다리를 다쳐 핑계 김에 벨기에 행은 물 건너갔다. 마이클이 예약해 준 호텔방에 짐을 풀고 나서 로비에서 그와 그의 사업 한국 파트너를 함께 만났다. 다행히도 한국 사람은 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홍보자료와 최근 낸 책을 가지고 만난 그 자리는 조금 서먹했다. 보통의 비즈니스 미팅과 달리 명함이 오가지도 않았고 확실하게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우리 팀은 그의 한국 사업 파트너와만 이야기를 나누고 그는 새침한 여자아이처럼 우리를 지켜보거나 우리 자료만 슬쩍슬쩍 넘겨봤다. ‘난 너에게 관심 없어’ ‘나는 갑이고 넌 을이야’라는 표정 같아 솔직히 기분이 상했다. 순간 역시 벨기에에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형식적 이야기를 마치고 그가 저녁때 뭘 할 거냐고 묻길래 와이탄의 바에서 술이나 한잔 할 거라고 하니 자기 팀도 함께 가잔다. 계속 썰렁할까 봐 망설이다가 같이 술 마시면 좀 더 친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쪽 팀도 처음부터 우리와 일정을 함께 하기로 한 것 같아서 가기로 했다. 도착한 술집에서 나는 모히또를 주문했다. 그도 모히또를 시키면서 자기도 이 칵테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느냐, 여행을 좋아하느냐 이런저런 취향을 묻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그와 나는 취향이 맞춤한 듯 비슷했다. 그렇게 공통된 취향을 확인하는 동안 왠지 나를 얕보는 게 아닐까 싶었던 눈은 친해지고 싶어 하는 친구의 시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1년 동안 오토바이로 미얀마부터 베트남, 타이 중국을 여행다닌 이야기부터 왜 중국에서 자리를 잡고 싶은지 털어놨고, 그렇게 취미와 패션이야기를 새벽까지 나누며 친해졌다. 다음날 우린 같이 상하이의 매장들을 둘러보며 중국 진출과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하루일정을 같이 보낸 다음 나는 한국에 오면 우리 집에서 묵으라는 초대를 하고 헤어졌다.이렇게 예쁘고 좋은데 왜 안 사가냐고? 다른 스케줄을 마치고 한국에 오자 마이클의 한국 파트너에게 전화가 왔다. 마이클이 잘 통하는 친구가 생긴 거 같아서 좋아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여름 휴가를 유럽으로 오라는 초대를 전했다.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난 이번에도 느꼈다. 사업의 해외 진출을 계획하면서 제품의 질만 좋고, 가격 경쟁력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유럽 사람들은 파트너십 이전에 프렌드십을 먼저 생각하고 함께 일을 할 만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판단한다. 친구처럼 믿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든 뒤에야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한다. 마이클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디자이너들이나 해외의 트레이드 쇼에 나가는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예쁘고 질 좋은 제품을 왜 안 사가는 거지? 그들은 제품만 보는 건 아니다. 사실 좋은 제품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믿고 함께 오래 협업을 할 사람들은 찾기가 쉽지 않다. 사업을 하면서 해외 파트너를 일회성 비즈니스로 만나면 안 되는 이유다. 최범석 패션 디자이너·제너럴 아이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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