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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1 16:51 수정 : 2007.07.11 19:10

혐오스런 ‘헨나가오’의 일생

[매거진 Esc] 5초면 따라하는 저급일본어

‘變(へん、헨~)’이라는 단어는 소리도 이상하지만 억양도 다른 표현과는 살짝 다르고 의미는 더더욱 독특하다. 일본어는 발음할 때 콧소리가 많은 언어 중 하나인데 ‘變’이야말로 어떠한 콧소리로 발음해 주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천차만별이다. 일본에서는 한자를 간략하게 쓰는 경우가 많아 다른 글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변화·달라짐’의 의미를 나타내는 이 단어는 ‘변할 변(變)’자와 같은 한자다. ‘變’는 그 모양만큼이나 이상한 곳에 많이 쓰인다. 대표적으로 ‘へんたい(變態, 헨타이)’가 있다. 글자 그대로 ‘변태’를 뜻하는 단어다. 의미도 비슷하고, 발음도 비슷하고, 변태들은 어디나 다 비슷해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단어이기도 하다. 간혹 ‘へん’이라는 말이 붙어 문맥상 귀여운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연인에게 ‘이상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강한 ‘變人’(헨진)이라고 하면 진지하게 관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형용사와 명사를 연결해 주는 어미인 ‘な(~나)’를 붙여 ‘變な人(へんなひと, 헨나히토)’라고 하면 앙탈을 부릴 때 써 먹을 수 있다. “變な人~!” 하고 말꼬리와 눈꼬리를 치켜올려 주면 “아잉 몰라, 몰라, 이상해~!” 정도의 의미가 된다. ‘이상한 얼굴’이라는 뜻의 ‘變な顔’(へんなかお, 헨나가오)도 마찬가지다. 정말 이상하게 생긴 얼굴을 말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일부러 최대한 귀엽게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만드는 이상한 표정이나 얼굴을 ‘變な顔’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헨나가오’는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마츠코는 보기만 해도 이상해서 웃음이 나오는 그 얼굴을 줄곧 아버지에게 바친다. 그 ‘헨나가오’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마츠코의 필살기이기도 하다.

이은혜/축구전문 월간지 <포포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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