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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8 16:45 수정 : 2007.07.18 17:12

<사채꾼 우시지마>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사채꾼 우시지마> 마나베 쇼헤이 지음, 대원씨아이 펴냄

“손님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마라. 동정 따윈 돈이 안 되거든. 게다가 손님 중에 동정할 가치가 있는 인간 따윈 하나도 없어.” 우시지마는 사채꾼이다. 저런 말을 하는 게 냉혹한 게 아니라 당연한 인간이다. <쩐의 전쟁>에서도 사채 얘기가 ‘살벌하게’ 나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쩐의 전쟁>이 어디까지나 공중파 텔레비전에서 방영 가능한, 인기를 끌 만한 수위로 사채 이야기를 끌어들였음을 명심하라. 7권까지 출간된 만화 <사채꾼 우시지마>에는 웃음이 없고, 동정도 없다. 그런데도 좀처럼 이 만화를 끊을 수도 없다.

우시지마의 나이는 겨우 23살. 사채업을 하는 그는 인정사정없이 돈을 회수한다. 동료 직원들에게 무시당하기 싫어서 명품을 사고 싶었던 직장 여성, 파친코에 미친 남자… 사채를 빌린 사람들이 돈을 값지 못하면서부터, 사채를 빌릴 정도로 절박했던 이전 사정은 애들 장난이 되어 버린다. ‘낭비’하는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정말 절박해서 사채에 손을 벌린 사람들은 ‘구제’되는 감동적 장면이 남아 있지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서 어떻게 돈을 회수할 수 있을까? “회수할 수 있나요가 아니라 회수하는 거다.” <사채꾼 우시지마>의 공포는, 그 회수 과정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30만엔을 갚지 못한 여자는 매춘, 마약, 성병으로 인간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여자친구를 안마업소에 보냈던 남자는 마지막 수단으로 장기 적출을 하러 중국에 가는데, 몸에서 빼낼 수 있는 모든 장기를 적출하는 수술이 이어진다.

좌충우돌 독서가 이다혜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막장 이야기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인공 우시지마의 카리스마가 돋보인다는 점은 꽤 놀라운 일이다. 지극한 공포의 대상이 되는 동시에, 이 만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이 그에게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만한 페어플레이어도 없을 것이다. 약속을 그렇게 철저히 지키는 인물이 또 있겠는가. 하지만 <사채꾼 우시지마>의 잔혹함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사채에 손을 벌리는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는 사실이다.

누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이 만화책을 먼저 선물하는 건 어떨까. 열받은 상대방이 연을 끊겠다고 하더라도, 날 원망하지는 말아달라.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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