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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8 16:38 수정 : 2007.07.21 19:45

즐겨보자, 세컨드 라이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즐겨보자, 세컨드 라이프!

‘세컨드 라이프’ 열풍이다. 퇴직 이후 노후 얘기가 무슨 열풍이냐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자신의 ‘IT 지수’를 진지하게 다시 한번 확인해보시길. 세컨드 라이프는 3차원 가상현실 세계다. 이 가상현실 세계의 창조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IT업체 린든랩(Linden Lab). 2003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세컨드 라이프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고, 이용자는 800만명을 넘어섰다. 그 열기는 태평양을 건너 한반도에 도착했다.

3차원으로 현실 세계를 거의 그대로 재현해 놓은 세컨드 라이프의 첫인상은 게임과 비슷하다. 3차원 입체 영상이 뜨고 그 안에서 아바타가 걸어다닌다. 그런데 게임은 아니다. 게임이라면 목적이 있어야 하고 법칙이 필요하며 악의 무리를 소탕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세컨드 라이프에는 목적이나 관문이 없다. 짜여진 시나리오 대로 따라가는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드라마틱한 뭔가 없어도 너무 없다. 있는 거라곤 공간뿐이다. 세컨드 라이프의 두 번째 인상은 커뮤니티와도 비슷하다. 세컨드 라이프 속 다른 사람들과 채팅을 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3차원 커뮤니티라고 단정 짓기에 세컨드 라이프는 개인적이며 커뮤니티 활동 외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세컨드 라이프는 커뮤니티 기능부터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까지 인터넷 세상에 펼쳐진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3차원 인터넷 플랫폼이다. 지금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브라우저를 띄우고 손가락 대신 화살표로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킨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화살표 대신 ‘나’를 대신하는 아바타가 움직인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친구를 만나 얘기를 하는 것은 채팅이다. 물론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아바타와 아바타가 서로 마주 보고 제스처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눈다. 기업이 세워 놓은 건물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는 것은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것과 같다. 이미지와 동영상, 텍스트로 이뤄진 2차원 인터넷 세계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3차원으로 구현된 것이 바로 세컨드 라이프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점은 세컨드 라이프 속에서는 땅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다는 것이다. 집이나 옷, 의자 같은 모든 물건은 사용자들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다. 그 물건을 기반으로 경제활동도 이뤄진다.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사용자손수제작물(UCC)의 가장 적극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은 지금 참여와 집단 지성이 핵심인 ‘웹 2.0’의 파도를 넘고 있다. ‘웹 2.0’ 그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 세컨드 라이프 같은 3차원 인터넷 플랫폼이 그중 하나가 될 것은 분명하다.

‘세컨드 라이프의 정체가 뭐냐’는 어렵고 복잡한 얘기는 전문가들에게 맡겨 놓고 이제부터 진짜 세컨드 라이프를 즐겨 보자. 여행과 엔터테인먼트 등에 관심이 있다면, 또 컴퓨터로 노는 것을 좋아한다면 세컨드 라이프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럼, (세컨드 라이프 식으로 말하자면) 다음 기사로 텔레포트!


세라 속 ‘조이윈드’의 클럽에서 춤을 추는 모습. 이곳은 춤추는 남녀들로 가득하다.
‘니코 링’이란 이름으로 두번째 인생을 시작한 안인용 기자의 ‘세컨드 라이프’ 체험기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이름을 선택하세요.’

세컨드 라이프(세라) 한국어 서비스 홈페이지(www.secondlife.com/world/kr)에서 ‘가입’을 클릭하면 제일 먼저 이런 문구가 뜬다. 세라에서 필요한 것은 아이디가 아니라 이름이다. 이름은 마음대로 만들 수 있지만 성은 300여 성 중에서 골라야 한다. 프랑스식 성부터 중국·일본·스페인·독일식 성, 물론 ‘오’나 ‘현’ 같은 한국식 성도 있다. 내 세라 이름은, 현실 세계와 끈을 이어 아이디 ‘니코(Nico)’에 ‘h’를 붙여 ‘Nicoh’로 결정했다. 성은 중국식 성인 ‘링(Ling)’을 선택했다. 이제부터 세라 속 내 이름은 ‘니코 링’이다. 이름을 결정하고 나면 아바타를 골라야 할 차례다. 고를 수 있는 아바타 종류는 남녀 각각 여섯 종류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평범한 ‘옆집 여자애’ 아바타부터 하라주쿠 스타일, 동물까지 다양하다. 물론 남녀 성별도 선택할 수 있다. 여전히 현실 세계와의 끈을 놓지 못한 나는 기본형 아바타인 ‘옆집 여자애’로 시작했다. 준비는 끝났다.

한국인 이용자들을 위해 마련된 아이템 제작소 ‘곳간’의 풍경.
해변가 의자에서 스페인 남자를 만나다

드디어 접속. 세라에 첫발을 내딛었다. 눈을 뜬 곳은 세라 안의 작은 섬, 새로 온 주민이라면 누구나 오리엔테이션 아일랜드를 먼저 거친다. 오리엔테이션 아일랜드에서는 세라에 살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을 하나씩 배울 수 있다. 나는 법, 차를 타는 법, 아바타를 꾸미는 법, 얘기하는 법까지 안내에 따라 교육을 받는다. 서투르지만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이자 니코가 엉성한 동작으로 움직인다. 주변에서 하는 얘기도 들린다. 나처럼 이곳에 처음 온 신참 뉴비(Newbie)의 얘기다. “Hello!” “I don’t know what to do” 등등. 뭐 나로서는 마땅히 도울 방법이 없다.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걸. ‘이제 대충 알겠다’는 생각이 들자 다음 문장이 떠올랐다. <웃찾사> 속 ‘서울나들이’ 팀이 꼭 하는 말, “그럼 우린 어디로 가죠?”

지도를 열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는 지도가 가장 현명한 선택이니까. 지도를 둘러봤지만 아직도 이 세계에 대한 감이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번엔 검색이다. 검색 창을 열고 ‘인기 장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댄스 아일랜드’로 텔레포트(순간이동) 시도! 눈을 뜨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백사장 위에 건축물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발 아래 돌고래가 다니는 푸른색 건물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이트 클럽에서나 볼 법한, 아니 그보다 더 화려한 차림으로 춤을 추고 있다. 여기저기 ‘작업’을 거는 목소리도 들린다. 음, 물은 좋은데.

다음 목적지는 해변가. 여름휴가철도 됐고 해서 ‘블루 베이 비치’를 찾았다. 해변가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 한 남자가 걸어온다. ‘렉(Reck)’이라는 이름표를 머리 위에 띄우고 까만색 셔츠를 입은 남자는 옆 의자에 앉아 안부를 물었다. 스페인 사람이라고 밝힌 그 남자, (실제로 그가 스페인 사람인지, 성별이 남자인지는 알 수 없다.) 세라를 시작한 지는 두 달 정도 됐다는 그는 여러 나라 친구를 사귀면서 이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다시 텔레포트!

쇼핑몰부터 카지노까지 구경을 하면서 눈은 즐거웠지만 나 역시 한국인인지라, 같은 언어를 쓰는 친구가 만나고 싶어졌다. 한인 타운이나 다름없는 ‘조이윈드 코리아’로 이동했다. 조이윈드 시장에서 첨성대 모형을 팔고 있다는 남자는 “신문을 보고 세라를 시작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잘 팔리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그를 따라 ‘곳간’이라고 이르는 아이템 제작소로 이동했다. 여러 가지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그곳에서 남은 얘기를 나눴다. “한복 디자이너 분들도 꽤 있어요. 우리 문화 관련 상품을 만들면 더 잘 팔리더라구요. 외국인들이 신기해하기도 하고.” ‘곳간’ 앞마당에 한국인 이용자들이 삼삼오오 카펫 위에 둘러앉아 기타 연주를 듣고 있다. 보이스 채팅 기능으로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날이 저물어 까만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는 가운데 아름다운 음악으로 흘러나왔다.

‘블루 베이 비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파도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여기서도 먹고 살기 힘들더라

세라 속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꾸며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찾은 곳은 상점. 새 단장을 하고 싶은 니코에게 필요한 것은, 스피드가 아니라 ‘돈’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조이윈드 안에 있는 클럽으로 발길을 돌렸다. 클럽 댄스 플로어에서 춤을 추면 15분당 2린든 달러를 벌 수 있다. 아직 손재주가 없으니 춤이라도 춰야겠다 싶어서 댄스 플로어에 올랐다. 30분 정도 지나니 수중에 돈은 4린든 달러. 이걸로 살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뿌듯해졌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언젠가 아이템을 만들어 나도 그럴듯한 집 한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현실 속의 내 모습과는 조금 다른 그런 모습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세라에서 보낸 며칠은 이런 생각으로 제법 설렜다. 니코 링, 세라에서 폼 나는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해 보련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nico@hani.co.kr
디자인 임호림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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