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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동호회’가 무서운 권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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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재미삼아 적은 포스팅에 매상이 휘청휘청… ‘음식동호회’가 무서운 권력으로
방배동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셰프 ㄱ씨는 최근 한 음식동호회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초심을 잃고 변했다’는 것이 음식동호회 회원들의 공격 이유였다. 원인을 밝혀내려면 ㄱ씨가 식당 문을 열던 다섯 달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섯 달 전 식당 문을 열었을 때 ㄱ씨는 새로운 요리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재료를 아낌없이 썼고, 손님들에게 곧잘 서비스를 내놓았다. 푸아그라(거위나 오리의 간)나 캐비어(철갑상어 알) 같은 고급 식재료를 마구 썼다. 당연히 음식동호회 회원들은 환호했다. 회원들은 ㄱ씨가 만든 음식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블로그와 카페로 퍼날랐다. ㄱ씨의 식당은 곧 유명해졌다. 그러나 환호는 독이었다. ‘스타 블로거’들의 파급력은 더욱 커 식당을 운영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다. 간단한 법칙이다. 값싼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이다. 그래서 부지런한 요리사들이 도매상을 이용하지 않고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직접 달려가는 것이다. ㄱ씨는 가장 간단한 법칙을 어겼다. 푸아그라나 캐비어를 서비스하면서 ‘인심’을 얻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법칙’을 놓쳤다. ‘법칙’은 바뀌지 않지만 ‘인심’은 언제든 잃을 수 있다. ㄱ씨는 음식동호회의 환호를 자신의 요리에 대한 칭찬으로 여겼다. 블로그에서 포스팅(투고·올린 글)을 본 회원들은 ㄱ씨의 식당에 와서 “왜 나에겐 푸아그라를 서비스하지 않느냐”며 투덜거렸고, ㄱ씨가 비싼 재료를 더는 내놓지 않자 음식동호회 회원들은 ‘초심을 잃었다’며 등을 돌렸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ㄱ씨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음식동호회 회원들, 블로거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 몇몇 요리사들과 식당은 이를 ‘블로그 권력’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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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블로거’들의 파급력 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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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에는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완벽할 수 없죠. 그런데 손님이 블로그에다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얘길 올리면 저흰 항변할 데가 없어요. 딱 한 번 실수한 것이지만 늘 서비스가 엉망인 식당처럼 보일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그런 일 때문에 매상이 뚝 떨어지는 식당도 봤습니다. 회복할 기회가 없는 거죠.” 음식동호회 스타 블로거들의 입김은 세다. 그들이 맛있다고 하면 모두들 믿는다. 토를 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꺼내면 갑자기 식당 성토대회가 벌어진다. 한 음식동호회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ㅇ씨는 음식동호회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않아 스타 회원의 글에다 댓글을 단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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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삼아 적은 포스팅에 매상이 휘청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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