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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8 17:40 수정 : 2007.07.18 17:40

[매거진 Esc] 국제연애의 매너

독일에서는 진지하게 만나는 두 사람이 결혼 전에 함께 사는 것은 꽤 자연스럽다. 동거에 대한 결정은 사귀어온 시간에 따라 다르다. 몇 달 사귀지 않은 커플이 함께 사는 경우도 있고 몇 년 동안 사귄 뒤에 동거를 결정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도 결혼 전 동거로 인해 문제아 취급당하지는 않는다. 유럽에서는 열여덟 살이 되면 독립하는 게 자연스럽다. 생활비와 집도 모두 자기가 해결한다. 룸메이트가 있는 친구들도 많고 이성 친구와 사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지금까지 8년 동안 혼자 살았다. 생활비도 스스로 벌어서 해결했다. 독일에 있는 내 친구들 모두가 그렇듯이 여자친구와 함께 사는 것 역시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 내 여자친구의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결혼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산다. 여자친구도 그렇다. 결혼 전에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것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심지어 ‘불명예’로 간주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내가 알게 된 또 한 가지 문제는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한국인 남자들에게는 동거가 덜 금기시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한국인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미국인 친구가 있다. 그 둘은 결혼하기 전부터 함께 살았다. 당시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그 둘이 함께 사는 것을 순수히 받아들였으며 심지어 격려하기까지 했다. 이런 모든 상황을 보면서 나는 내 여자친구에게 함께 사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동의를 바라면서. 불행하게도 여자친구는 팔짝 뛰었다. 여자친구는 부모님의 관점에서 내게 설명해줬다. 그들이 늘 얘기하는 설교와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또 한국에서는 딸이 결혼 전에 여행 가는 것도 얼마나 허락해주기 힘든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결혼 전에 여자친구와 함께 사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하나의 끈으로 묶이기 전에 함께 생활을 공유하고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버트란 상제/ 한국 주재 독일인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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