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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18 18:18 수정 : 2007.07.18 18:40

하전리 갯벌은 발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워 경운기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매거진 Esc] 사진작가, 바다를 찍다 ③ 이갑철의 고창 하전마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 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섬집 아기’라는 동요를 들으며 나는 고창 하전리 갯벌을 향해 달려갔다.

‘고창’ 하면 선운산과 선운사의 동백꽃을 떠올렸지, 정작 고창 하전리에 대단한 갯벌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하전마을의 갯벌은 전국의 몇 안 되는 대형 갯벌 중의 하나로, 그 면적이 74.4Km²에 이를 정도로 광활하다. 서해안 고속도로 선운사 나들목을 빠져나와 선운사 앞 갈림길을 지나서 시오리쯤 왔을 때, 마을 입구 큰 비석에는 ‘갯벌 체험마을’과 ‘전국 최대의 바지락 생산지’라는 글귀가 보였다.

갯벌은 아이들에게 더없이 신기한 체험학습 장소가 되고 있다.
아이가 바지락을 캐는 갈퀴와 바구니를 받고 웃는다.
스펀지처럼 푹신하지만 빠지진 않아

마을 들머리에 들어서니 큰 정자나무가 떡하니 서있다. 그 옆에는 ‘갯벌 체험센터’가 자리잡고 있고, 센터 앞 주차장에는 경운기 몇 대와 트랙터를 개조한 갯벌버스 여러 대가 서 있다. 마을 사람들은 짐칸이 붙은 경운기를 ‘갯벌택시’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하전리 갯벌은 넓기도 하지만 스펀지처럼 약간 푹신푹신할 뿐 전혀 발이 빠지지 않아서 ‘택시’와 ‘버스’의 드라이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태운 갯벌 버스는 모양도 특이하고 바퀴 위의 그림도 재미있다.
얼마 뒤, 유치원 승합차와 또다른 몇 대의 승용차가 도착했다. 아이들은 옷을 갈아입고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른 뒤, 센터에서 지급받은 장화를 신고 택시와 버스에 올라탔다. 경운기의 요란한 소리, 갯벌로 출발!

출발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펼쳐지는 ‘갯벌 대평원’은 건너편 부안만의 모습으로 아스라이 끝났다. 그곳은 잿빛 바다였다. 동해의 푸름이나 먼바다의 에메랄드빛은 아니지만, 땅에 속속들이 스며있는 생명들의 꿈틀거림이었다. 그 생명의 빛깔이었다.


전국에서 몇 안되는 대형갯벌인 하전리는 이곳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제는 달리는 것이다. 경운기와 트랙터는 진짜 택시와 버스가 되어 환상의 달리기를 시작했다. 고작 시속 20~30㎞지만 다른 세계의 누구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기분이 느껴졌다. 십여 분 드라이브가 끝나고 이젠 갯벌의 생명들과 함께하는 시간. 책임강사인 김원택씨의 설명이 시작됐다. 썰물·밀물·해일, 완충작용, 바지락·칠게·달랑게, 철새의 이동 중 먹이, 세계 5대 갯벌 그리고 50분(12시간25분마다 밀물과 썰물이 일어난다. 따라서 밀물과 썰물 시간은 매일 50분씩 늦춰진다.) 등등.

하루 일을 정리하는 어부의 손길이 저녁햇살에 빛난다.
갯벌에 내린 사람들은 바지락을 캐는 갈퀴와 바구니를 받아들고 강사의 지시대로 조심스럽게 개펄을 헤집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바구니가 바지락으로 조금씩 채워지자, 이제 사람들은 펄에서 뛰놀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펄 위에서 뛰다가 흙을 얼굴에 튀기고 던지고 문질렀다. 그렇게 우리가 개펄과 함께 되었을 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경운기의 ‘웅웅’거리는 소리, 아니 사막의 여우 롬멜의 대전차 군단을 이끌고 진격하듯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어부들의 소리에서 다시 삶의 숭고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갈매기가 앉아 쉬고 있다. 갯벌은 모든 생명체의 친구다.
바닷가에서 산다는 것. 처자식을 거느린 남자가 가장이란 큰 멍에를 지고 거친 바다로 달려가는 비장함이 아니라, 적어도 여기 하전리 갯벌을 둘러싼 삶들은 섬그늘의 따스함이 묻어 있었다. 깊은 바다로 흘러 들어간 그네들의 따스한 삶의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또다시 갯벌과 함께 생명으로 나타날 것이다. 어느덧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마지막 한 점 불빛이 내 앞을 지나 하루의 고단함을 털고 안식처로 돌아갈 때, 나도 나의 안식처로 돌아갔다.

고창= 글·사진 이갑철/사진작가

하전 마을 여행쪽지

드넓은 평원을 체험하세요

■ 서해안 대부분의 갯벌은 간척 사업 등으로 고유의 기능을 잃었다. 하지만 고창군의 갯벌은 메워지지 않아 원시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갯벌 택시를 타고 환상적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하전리 갯벌은 드넓다.

하전리 어촌계가 갯벌 체험마을을 운영한다. 갯벌 생태에 대해 이해하며, 갯벌이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소중한 자원임을 깨달을 수 있다. 하전리 갯벌에 가기 전에 집에서 미리 준비해 갈 것들이 있다. 여벌의 옷과 수건, 모자, 자외선 차단 크림 들이다. 장화, 갈퀴, 바구니 들은 현장에서 준다. 인터넷 홈페이지(hajeon.com)에는 하전 마을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다. 홈페이지나 전화(063-563-0117)로 물때를 미리 확인한 뒤, 갯벌 체험을 예약해야 시간을 버리지 않는다.

■ 하전 마을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를 탈 때
선운사 나들목(276km)-선운사(15km)-심원면 하전 갯벌 체험마을(6.2km)

-호남고속도로를 탈 때
정읍 나들목(251km)-선운사(30km)-심원면 하전 갯벌 체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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