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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초밥집의 초밥이 맛있으려면 늘 손님이 많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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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사X와 김중혁의 음식잡담
골라먹는 재미가 넘치는 회전초밥, 장국은 맨 마지막에 먹어라
학동사거리 초밥집 ‘기요스시’
김: 이번엔 초밥입니다. 초밥 중에서도 회전초밥집.
X: 이 집 꽤 유명하지?
김: 최근엔 와보질 못했지만 예전에 길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었죠.
X: 회전 초밥(스시)은 1990년대 명동에서 히트친 적이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확 죽더니 2003년께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
김: 초밥을 좋아하는 사람 중엔 회전초밥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잖아요. 초밥이 회전하기 시작하면 생선의 수분은 날아가고 밥은 차가워지거나 딱딱해지니까요. 일리가 있죠.
일본 초밥집에 비하면 밥 양이 절반 X: 회전초밥집의 기본이 뭐냐, 도는 거 아니냐. 회전초밥집에는 초밥만 돌면 안 돼. 손님도 같이 돌아야지. 손님이 자주 돌지 않으면 초밥이 맛없을 수밖에 없어. 김: 손님이 자주 도는 집에선 돌아버릴 만큼 맛있는 초밥을 먹을 수 있겠군요.(웃음) 10년 전에 일본에 갔을 때 ‘100엔 초밥집’에 간 적이 있는데, 한 100미터 정도 줄을 서 있더라고요. 100엔 초밥이 아니라 100미터 초밥집인 줄 알았어요.(웃음)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초밥이 신선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나요. X: 지난 겨울에 일본 센다이엘 다녀왔는데, 센다이 중앙역 2층에 초밥 거리가 있어. 우리나라는 기차역 근처에 별로 갈 만한 데가 없잖아. 그런데 이 거리의 어지간한 집들은 다 80점이 넘는 맛집들이야. 값싸고 친절하고 맛있어. 정말 속상하더라. 김: 일단 드시죠. 뭐부터 골라먹어 볼까요? X: 흰살부터 먹어야지. 붉은살은 흰살보다 철분이 훨씬 많잖아. 뭐랄까, 맛이 ‘쒜에!’ 하지. 고등어나 참치같은 걸 봐. 맛이 진하잖아. 거기에 비해 흰살은 맛이 섬세해. 그리고 회전초밥집 가면 장국을 내주는데 그건 정말 아니라고 봐. 장국을 후루룩 마시고 초밥을 먹으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어. 장국은 마지막에 먹는 게 좋아. 김: 그럼 넙치지느러미초밥부터 먹어볼까요? X: 난 정말 마음에 안 드는 게 밥의 양이 너무 적어. 일본의 초밥집에 비하면 밥 양이 반밖에 안 돼. 김: 밥은 적게 먹고 생선은 많이 드시라는, 초밥집 주인의 배려 아니겠어요?(웃음) X: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좋겠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을테니. 김: 생선 크기와 밥의 양은 맛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생선이 너무 크면 마지막에 생선만 씹게 되고, 밥이 너무 많으면 너무 먹먹한 느낌이 나니까요. 제가 가본 회전초밥집 중에는 ‘아리마’라는 집의 비율이 가장 잘 맞았던 것 같아요. X: 나도 그 집 맛있다고 생각해. 김: 전 참치뱃살 초밥을 좋아하는데 이 집 뱃살은 그저 그렇네요. 섬세하면서도 질깃한 맛이 없는 것 같아요. X: 그래도 이 집은 냉동을 쓰는 것 같진 않다. 요즘엔 냉동 생선으로 초밥 쥐는 집도 많아. 김: 회전초밥집이 히트친 이유가 뭘까요? X: 일단, 골라먹는 재미가 있잖아. 그리고 기다리지 않고 다양하게 많이 먹을 수 있고 …. 그리고 요리사와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중요해. 전통적인 초밥집에 가서 바에 앉으면 요리사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자기만의 공간에서 초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현대인에게 먹힌 거겠지. 김: 식당으로서도 장점이 많잖아요. 일단 회전율이 빠를테고, 손님들이 차지하는 공간도 아주 작고요. X: 경비가 많이 절감되겠지. 우리 둘이 차지하는 공간이 아마 한 평도 안 될 거야. 그런 점을 생각하면 회전초밥집의 초밥은 너무 비싼 거지. 일본에선 생선값이 우리보다 훨씬 비싼데 말야. 이건 다른 식당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야. 다양한 취향의 손님들이 많이 들러야 초밥도 맛있어지고, 돈도 벌 수 있어. 버리는 재료가 적어야 하니까…. 김: 어떤 회전초밥집엘 갔다가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만드는 장면을 봤는데, 끔찍하더라고요. 주문을 받고 곧바로 초밥을 만들어야 할텐데, 회전하고 있는 초밥을 집어들더니 그걸 도시락에다 넣어요. 밥알이 말라비틀어져서 접시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아요. 얼마나 맛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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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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