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7.26 17:35 수정 : 2007.07.26 17:46

회전초밥집의 초밥이 맛있으려면 늘 손님이 많아야 한다.

[매거진 Esc] 요리사X와 김중혁의 음식잡담
골라먹는 재미가 넘치는 회전초밥, 장국은 맨 마지막에 먹어라

학동사거리 초밥집 ‘기요스시’

김: 이번엔 초밥입니다. 초밥 중에서도 회전초밥집.

X: 이 집 꽤 유명하지?

김: 최근엔 와보질 못했지만 예전에 길게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었죠.

X: 회전 초밥(스시)은 1990년대 명동에서 히트친 적이 있었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확 죽더니 2003년께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

김: 초밥을 좋아하는 사람 중엔 회전초밥을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잖아요. 초밥이 회전하기 시작하면 생선의 수분은 날아가고 밥은 차가워지거나 딱딱해지니까요. 일리가 있죠.


일본 초밥집에 비하면 밥 양이 절반

X: 회전초밥집의 기본이 뭐냐, 도는 거 아니냐. 회전초밥집에는 초밥만 돌면 안 돼. 손님도 같이 돌아야지. 손님이 자주 돌지 않으면 초밥이 맛없을 수밖에 없어.

김: 손님이 자주 도는 집에선 돌아버릴 만큼 맛있는 초밥을 먹을 수 있겠군요.(웃음) 10년 전에 일본에 갔을 때 ‘100엔 초밥집’에 간 적이 있는데, 한 100미터 정도 줄을 서 있더라고요. 100엔 초밥이 아니라 100미터 초밥집인 줄 알았어요.(웃음)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초밥이 신선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나요.

X: 지난 겨울에 일본 센다이엘 다녀왔는데, 센다이 중앙역 2층에 초밥 거리가 있어. 우리나라는 기차역 근처에 별로 갈 만한 데가 없잖아. 그런데 이 거리의 어지간한 집들은 다 80점이 넘는 맛집들이야. 값싸고 친절하고 맛있어. 정말 속상하더라.

김: 일단 드시죠. 뭐부터 골라먹어 볼까요?

X: 흰살부터 먹어야지. 붉은살은 흰살보다 철분이 훨씬 많잖아. 뭐랄까, 맛이 ‘쒜에!’ 하지. 고등어나 참치같은 걸 봐. 맛이 진하잖아. 거기에 비해 흰살은 맛이 섬세해. 그리고 회전초밥집 가면 장국을 내주는데 그건 정말 아니라고 봐. 장국을 후루룩 마시고 초밥을 먹으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어. 장국은 마지막에 먹는 게 좋아.

김: 그럼 넙치지느러미초밥부터 먹어볼까요?

X: 난 정말 마음에 안 드는 게 밥의 양이 너무 적어. 일본의 초밥집에 비하면 밥 양이 반밖에 안 돼.

김: 밥은 적게 먹고 생선은 많이 드시라는, 초밥집 주인의 배려 아니겠어요?(웃음)

X: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좋겠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을테니.

김: 생선 크기와 밥의 양은 맛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생선이 너무 크면 마지막에 생선만 씹게 되고, 밥이 너무 많으면 너무 먹먹한 느낌이 나니까요. 제가 가본 회전초밥집 중에는 ‘아리마’라는 집의 비율이 가장 잘 맞았던 것 같아요.

X: 나도 그 집 맛있다고 생각해.

김: 전 참치뱃살 초밥을 좋아하는데 이 집 뱃살은 그저 그렇네요. 섬세하면서도 질깃한 맛이 없는 것 같아요.

X: 그래도 이 집은 냉동을 쓰는 것 같진 않다. 요즘엔 냉동 생선으로 초밥 쥐는 집도 많아.

김: 회전초밥집이 히트친 이유가 뭘까요?

X: 일단, 골라먹는 재미가 있잖아. 그리고 기다리지 않고 다양하게 많이 먹을 수 있고 …. 그리고 요리사와 얘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중요해. 전통적인 초밥집에 가서 바에 앉으면 요리사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자기만의 공간에서 초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현대인에게 먹힌 거겠지.

김: 식당으로서도 장점이 많잖아요. 일단 회전율이 빠를테고, 손님들이 차지하는 공간도 아주 작고요.

X: 경비가 많이 절감되겠지. 우리 둘이 차지하는 공간이 아마 한 평도 안 될 거야. 그런 점을 생각하면 회전초밥집의 초밥은 너무 비싼 거지. 일본에선 생선값이 우리보다 훨씬 비싼데 말야. 이건 다른 식당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야. 다양한 취향의 손님들이 많이 들러야 초밥도 맛있어지고, 돈도 벌 수 있어. 버리는 재료가 적어야 하니까….

김: 어떤 회전초밥집엘 갔다가 테이크아웃 도시락을 만드는 장면을 봤는데, 끔찍하더라고요. 주문을 받고 곧바로 초밥을 만들어야 할텐데, 회전하고 있는 초밥을 집어들더니 그걸 도시락에다 넣어요. 밥알이 말라비틀어져서 접시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아요. 얼마나 맛이 없을까?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한 접시에 두 점이 올라가는 이유

X: 일본에선 사들고 가기를 많이 해. 일단 초밥집이 동네에 있으니까 집으로 가는 시간이 별로 걸리질 않지. 서울 시내에서 초밥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봐라. 세월이다, 세월!

김: 같이 먹어요. 왜 한 접시에 있는 걸 다 먹어요? 하나씩 나눠먹으면 좋잖아요.

X: 이상하게 둘이서 한 접시를 나눠먹으면 맛이 없어. 한 접시에 두 점이 올라가는 이유가 있는 거야. 자장면 먹을 때도 반그릇만 먹으면 느낌이 없어. 한 그릇을 다 먹었을 때 “아, 자장면을 먹었구나!” 생각되는 기분이 있어. 초밥도 그래. 첫 번째 걸 먹을 때는 “아, 이게 무슨 맛이지?”라고 생각하게 되고, 두 번째 먹었을 때에야 그 맛이 선명해지는 거야. 신기하지.

김: 핑계 아니에요?

X: 정말이라니까. 여기 고등어초밥 추가요. 요즘 고등어가 맛있지.

김: 나도 고등어 좋아하니까 두 접시 시키세요.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요리사X와 김중혁의 음식잡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