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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소설 속에서 은밀한 살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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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명석의 반려식물 사귀기
후텁지근한 여름밤, 백합 향이 진동하는 내 정원에 친구들을 초대한다. 간단한 저녁 뒤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연찮게도 모두 미스터리 장르에서 한가락씩 하는 사람들이다. 해서 내가 제안한다. “어떻습니까? 모두 돌아가며 식물에 얽힌 살인과 추리 보따리를 풀어봐 주시죠.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에 제가 제조한 특제 차를 대접하겠습니다.” A가 말한다. “탐정이라면 당연히 식물에 정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다 못해 소년 탐정들도 친구의 바지에 붙은 ‘도꼬마리’를 보고 학교 뒷담을 넘어갔다 온 것을 추리해내죠. <장미의 이름>의 윌리엄 수도사 역시 본초학자인 세베리노의 정원과 시약소에서 ‘환상을 유발하는 본초’가 범행에 사용되었음을 알아냅니다.” B가 말한다. “환상 정도가 아니라 살인을 저지르는 풀은 어떻습니까? 독초야말로 항상 은밀한 살인의 주인공이었죠. 옛 권력자들이 독살을 두려워해 <시식 시종>을 둔 것도 지나친 일은 아니었죠. <악마의 공놀이 노래>에서는 사건의 단서를 쥔 촌장이 사라지고, 방바닥에 피를 토한 자국이 발견됩니다. 탐정 긴다이치는 물독 덮개에서 풀꽃을 발견하는데, 그게 ‘촌장님 죽이기’라는 별칭을 가진 습지 도라지였죠.” C가 말한다. “정원 역시 살인의 장소로 제법 등장하지요. 반 다인의 <가든 살인 사건>에서는 ‘가든’씨가 그의 밀폐된 옥상 정원에서 살해되죠. 브라운 신부가 활약한 단편 <비밀의 정원>에서도 밀실과 같은 정원에서 머리가 몸통에서 떨어져 죽은 사내가 발견됩니다. 정원은 문명 속의 야만이랄까요? 축축한 수풀 뒤에서는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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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의 반려식물 사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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