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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브라네르-뒤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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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주의 와인/ 추리소설 속 와인들
로알드 달은 훌륭한 추리소설 작가다. 그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비밀이 숨어 있고 마지막 순간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어린이책 작가로 더 알려졌지만 그의 본령은 ‘미스터리’다. ‘에드가 알렌 포 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이력에서도 알 수 있다. 단편 <맛>(정영목 옮김, 강 펴냄)은 추리소설의 공식을 이용해 와인을 찾아내는 이색적인 소설이다. 만찬이 시작되고, 와인 이름을 알아맞히는 내기가 벌어진다. 절대 와인 이름을 알아맞히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집주인과 위풍당당 까다로운 미식가 리처드 프랏의 싸움이 시작된다. 집주인은 딸을 내기에 걸고, 프랏은 집 두 채를 건다. 프랏은 와인을 맞히기 위해 수사망을 좁힌다. “보르도의 어느 지역에서 이 포도주가 나왔느냐? 그것은 추측하기가 어렵지 않소. 생테밀리옹이나 그라브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진한 맛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오. 이것은 메도크가 분명하오.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소.” 메도크 중에서 마고는 제외하고, 포이약도 제외하고 …. 그는 정답을 향해 다가간다. 등급을 알아내고, 작은 포도밭의 이름을 추측한다. 그리고 정답을 맞힌다. “이게 뭐냐? 이건 귀여운 샤토 브라네르-뒤크리요.” 프랏의 답은 정답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모든 사건을 뒤집는 반전이 일어난다.프랏은 샤토 브라네르-뒤크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건 아주 상냥한 포도주야. 새침을 떨고 수줍어하는 첫맛이야. 부끄럽게 등장하지. 하지만 두 번째 맛은 아주 우아하거든. 두 번째 맛에서는 약간의 교활함이 느껴져. 또 좀 짓궂지. 약간. 아주 약간의 타닌으로 혀를 놀려. 그리고 뒷맛은 유쾌해. 위로를 해주는 여성적인 맛이야.”
와인 한 병을 소개하는 말치고는 휘황찬란하지만 그의 말처럼 샤토 브라네르-뒤크리는 세계 최고의 포도주를 생산하는 생쥘리앙에 포도밭이 있다.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35년 정도다. 카베르네 소비뇽 70%, 메를로 20%, 카베르네 프랑 4%, 프티 베르도 6%로 블렌딩한다. 문의 아간코리아 (02)2203-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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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동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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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통이 없긴 하지만, 차갑게 해놨어요. 몇 해나 아껴 두었던 거죠. 두 병을. 코르동루즈입니다. 괜찮은 물건 같아요. 내가 감정가는 아니지만.”
필립 말로는 린다 로링이라는 여인에게 코르동루즈를 내놓는다. 두 사람에게 샴페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서로를 가깝게 해주는 매개체다. 술을 마신 후 두 사람은 키스를 한다. 그리고 함께 잠자리에 든다. 비열한 거리 한복판을 지나가는 거친 사나이 필립 말로는 언제나 위스키나 맥주나 칵테일을 마시지만 부드러워져야 할 때는 샴페인을 선택했다. 코르동루즈는 ‘붉은 리본’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최고의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의 상징을 담아 멈의 라벨에 장식하면서 멈 코르동루즈라는 브랜드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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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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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과는 상관없지만 라벨을 보는 순간 한여름의 더위가 사라져버리는 와인이 있다. 루마니아 와인 ‘뱀파이어’(Vampire)다. 드라큘라 백작의 고향에서 생산되는 와인답게 라벨에 핏자국을 선명하게 인쇄해 와인과 흡혈귀의 이미지를 교차해 놓았다. 루마니아 와인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프랑스 보르도와 같은 위도에 있는 루마니아는 흑해와 유럽 내륙의 완충 지대에 있어 포도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이며, 동유럽 최대 와인 생산국이기도 하다. 문의 광원무역 (02)802-6400.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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