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미향 기자
|
[매거진 Esc] 추리소설 레시피
렉스 스타우트의 추리소설 <요리장이 너무 많다>(김우탁 옮김, 동서문화사 펴냄)에는 온갖 요리들이 등장한다. 세계의 명요리사 15명이 등장하는 소설이니 당연하다. 소시스 미뉴이라는 요리가 사건의 중요한 단서로 등장하기도 한다. 원서에서는 소시스 미뉴이의 레서피가 상세히 적혀 있지만 국내판에서는 삭제됐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흥미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출판사가 삭제한 것이다. 추리소설 문화도 요리 문화도 아직까지 한국에서 자리잡지 못했다는 증거다. 외국에는 요리와 추리소설의 매듭을 묶어놓은 책들이 여럿 있다. 셜록 홈스와 관련된 조리법을 모아 놓은 <다이닝 위드 셜록 홈스>(Dining with Sherlock Holmes), 추리소설 작가들이 자신의 조리법을 직접 공개한 <어 테이스트 오브 머더>(a Taste of Murder)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앞서 언급한 렉스 스타우트는 <요리장이 너무 많다>의 주인공 네로 울프의 이름을 따 <더 네로 울프 쿡북>(the Nero Wolfe Cookbook)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소시스 미뉴이의 조리법은 물론 소설 속의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니 추리소설과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구해볼 만하다. <플로츠 앤 팬스>(Plots and Pans)라는 책에는 스티븐 킹, 로알드 달, 엘모어 레너드 등 유명 작가들의 조리법이 수록됐는데 작가와 요리를 비교해보면 그들만의 스타일이 보이는 듯하다. 그중 스티븐 킹의 빵을 소개한다. 너무 단순하고 우직해 보이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도 그렇지 않던가. 그는 레서피 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빵을 굽는 것은 내가 긴장을 푸는 방법 중 하나다. 나는 반죽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집안 전체에 빵냄새가 퍼져 입에서 군침이 도는 순간이 너무 좋다.”
![]() |
한겨레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