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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가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맞는 이는 셜록 홈스다. 그의 동상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주소 ‘베이커가 221b번지’옆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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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셜록 홈스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런던 베이커가 221b번지 체험
버킹엄 궁전, 타워 브리지, 빅벤, 빨간 이층버스 그리고 검은 모자를 눌러쓴 택시 블랙캡(Black Cab). 런던의 상징적 요소들이다. 그러나 ‘런던’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있으니, 바로 명탐정 셜록 홈스다. 런던의 중심지 베이커가를 찾았다. 베이커가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벽면을 가득 메운 셜록 홈스의 모습이 내 시선을 빼앗았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를 맞이해준 사람 역시 홈스의 동상이다. 180cm를 훌쩍 넘는 키, 사냥모자와 긴 코트. 동상의 홈스는 파이프 담배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사건이 없을 때면 안락의자에 앉아 꼼짝달싹 않고 담배만 피웠다. 소설 속 집과 유사한 빅토리아풍 하숙집 베이커가 221b번지. 코넌 도일의 소설 속에서 홈스와 왓슨은 1881년에서 1904년까지 이곳에 살았다. 이 집은 빅토리아풍의 건축양식을 지닌 하숙집으로 묘사된다. 현실로 돌아와 볼까. ‘홈스 박물관’은 베이커가 237번지와 239번지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다. 221b번지는 박물관이 내건 간판일 뿐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공서 자료에 따르면, 1815년 지은 이 건물은 1860~1934년엔 실제 ‘하숙집’으로 등록돼 있었다고 한다. 빅토리아풍의 건축양식도 그렇고 소설 속의 집과 유사하다. 홈스의 집 대문 앞에는 영국 경찰 제복을 입은 직원이 서 있다. 그레그슨이나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아닐까. <주홍색 연구>에서 홈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레그슨과 레스트레이드는 형편없는 집단(런던 경시청)에서 그나마 나은 인재들입니다. 둘 다 민첩하고 의욕이 넘치지만 틀에 박힌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건 정말 놀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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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는 화학과 해부학에 대해 박사급 지식을 가졌다. 화학 실험기구가 전시된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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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가 221b번지에는 사건을 들고 찾아온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의뢰인들의 발길로 닳고 닳은 계단의 카펫을 밟고 2층으로 올라가니, 중절모를 쓴 하얀 수염의 할아버지가 나를 반겼다. 의사 왓슨이었다. 홈스가 앉았던 의자, 실험대, 파이프를 그가 꼼꼼하게 설명해줬다. 창문가에는 화학 실험기구와 바이올린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221b번지의 하숙집 주인 허드슨 부인은 “홈스는 최악의 하숙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화학 실험으로 온 집안에 이상한 냄새를 풍기고, 밤이건 새벽이건 느닷없이 바이올린을 켜는 ‘골치 아프고 못 말리는’ 엉뚱한 홈스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소품들이다. 홈스의 침실은 ‘세기의 명탐정’의 방치고는 소박했다. 홈스의 껑충한 키에 비해 짧을 것 같은 침대 그리고 책상 위 빼곡히 걸린 액자들. 홈스의 괴상한 취미 중 하나는 범죄자들을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 모으기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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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 모자’라고도 불리는 사냥모자. 기념품으로 팔린다 / 홈스 박물관 앞에서 경찰 제복을 입고 서 있는 직원(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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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까지 재현, 정교함에 감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셜로키언들은 지금도 명탐정 셜록 홈스에게 편지를 보내고, 동아리를 만들어 그의 기념일을 챙긴다. 전 세계의 셜로키언들은 그동안의 소원이 풀린 듯 하루도 빠짐없이 빅토리아 시대를 살았던 셜록 홈스의 개인적인 흔적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 홈스가 가상 인물인 것처럼, 베이커가 221b번지 역시 존재하지 않는 집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 묘사된 그대로,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재현되어 있는 그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홈스와 왓슨이 나눠 쓰며 수많은 의뢰인들을 맞이했던 거실, 홈스의 아담한 침실에다,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볼 수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홈스가 물던 파이프, 긴 코트와 사냥 모자 등 그의 상징적인 소품들 말고도 머그잔, 브로치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베이커가 221b번지는 훨씬 더 가까이서 셜록 홈스를 만날 수 있는 곳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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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베이커가 221b번지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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