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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산책> 고경남 지음, 북센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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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남극산책> 고경남 지음, 북센스 펴냄.
벽걸이 달력의 8월엔, 서로 짜맞추기라도 한 듯 파란색이 단골로 쓰인다. 투명할수록 좋다.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때에, 여름 휴가 날짜를 찾으려고, 혹은 8월이 며칠이나 남았나 세려고 달력을 볼 때 파란색이 있으면 기분이 약간은 나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동네 호프집 달력의 주인공 아가씨가 사시사철 벗고 있는 걸 보면 모든 달력 제작자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만.
시원한 그림을 찾다가 발견한 게 <남극산책>이었다. 바람과 얼음의 대륙 남극이라니. 책장을 넘기면서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남극에 가고 싶다. 이곳에서라면 내 별명은 ‘이땀나’가 아니어도 될 것이다. 일 주일, 한 달 여행 다녀와서 사진 좀 찍어 여행기랍시고 내는 책들이 신간 진열대에 늘어가는 이런 시대에, 무려 남극에서 1년을 보낸 기록을 모은 <남극산책>은 바보처럼 성실해 보인다. 지은이 고경남이 남극 세종기지에서 의료담당으로 보낸 시간은 많은 사진과 사진에 어울리는 짧은 글로 남았다. 인간의 상상력이 다 그려낼 수 없는 대자연의 가혹한 아름다움은 그저 경이롭다.
남극에서 자주 보인다는 지의류인 우스네아는 차고 메마른 겨울에는 완전히 말라 사실상 죽어버린 뒤 봄이 되어 눈이 녹아 수분이 공급되면 사방으로 빨판을 뻗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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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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