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08 17:42
수정 : 2007.08.08 17:42
[매거진 Esc] 국제연애의 매너
기본적으로 결혼식은 한 가지를 의미한다고 나는 이해하고 있다. 결혼식은 서로 사랑하고 함께 앞으로 기나긴 여정을 함께하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결합을 축하하는 자리다. 그러나 결혼식 형태는 문화권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중국 결혼식에서 신부는 행운을 위해 밝은 빨간색이나 분홍색 드레스를 입는다. 유대교 결혼식에서는 신랑이 결혼식 내내 유리를 바닥에 놓고 있다가 결혼의 성공적인 첫걸음을 상징하기 위해 발로 유리를 부순다. 유럽인인 내게도 결혼식은 이래야 하고 이렇게 구성되어야 하며 어떻게 식이 진행됐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분명한 그림이 있다. 내가 살아온 곳에서 결혼식은 밤새 춤과 음악을 즐기는 큰 행사다. 하객은 신랑와 신부의 정말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 정도로 제한하며 결혼식은 축제이면서 동시에 신부님이 주도하는 경건한 의식이기도 해야 한다. 게다가 결혼식은 비용을 포함해서 신부와 신랑 둘이 준비해야 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내 한국인 여자친구와 내가 우리 결혼식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때가 있는데, 나는 여자친구와 내가 결혼식에 있어서 같은 것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에서 살았던 내 여자친구 역시 나와 비슷한 결혼식을 꿈꿔왔다. 그러나 내 여자친구에게 꿈은 현실에서 너무 먼 곳에 있었다. 여자친구에게 한국 결혼식의 현실은, 하객을 비롯해 장소와 스타일 모두 그의 부모님의 취향과 생각에 따라 계획해야 하는 것이다. 여자친구는 밤새 파티를 하는 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한국 결혼식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내가 가 보거나 들은 모든 결혼식은 1~2시간 안에 끝난다. 본식은 30분 만에 끝나고 하객들이 식사를 하는 결혼식의 두번째 부분 역시 1시간 정도면 끝난다. 축하파티는 열리지 않고,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이 끝나면 폐백을 드리러 사라진다. 결혼식 당일에 하객들이 신랑 신부와 얘기를 나눌 시간도 거의 없고 축하 인사도 짧게 끝내야 한다. 게다가 하객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친구나 친척들이다. 분위기가 신나거나 경건하다기보다는 누가 왔고 안 왔는지 출석을 부르는 것 같다.
내가 보고 들은 한국의 결혼식은 내게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만 있다면 어떤 결혼식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버트란 상제/한국 주재 독일인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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