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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08 18:30 수정 : 2007.08.08 18:30

흰색 상의에 진분홍 바지를 입은 권경자씨. 밝은 색상 때문에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온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밝고 강렬해진 등산복 색깔, 중년 남녀 등산객들도 스타일을 찾는다

검은 옷에 빨간 산악회 조끼를 입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다음, ‘찰칵!’ 산 좀 탄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등산 기념 사진에는 이렇게 똑같은 모습을 한 등산객들이 적어도 3~4명씩은 있다. 한동안 모든 등산복의 교복화를 이끌었던 검은 티셔츠에 빨간 조끼, 그러나 요즘 산에 한번이라도 올라본 사람이라면 이제 거꾸로 이런 옷차림 찾기가 오히려 쉽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어둡고 삭막했던 40~50대의 등산복에도 비로소 화사한 봄이 찾아왔다.

여성 등산객들의 의미심장한 증가 현상

권경자(46·주부·사진)씨는 6년 전 친구 따라 산에 다니기 시작해 작년에 코오롱스포츠 등산학교에서 암벽등반을 배우면서 본격적인 등산 애호가가 됐다.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는 북한산이나 도봉산 등 인근 산을 찾아요. 산을 너무 좋아하고 등산이 중요한 일상이 되다보니 옷을 사도 등산복을 사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면바지 입고 산을 올랐지만 지금은 옷 대부분이 등산복이에요. 등산복으로도 입을 수 있고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그런 옷에 손이 가요. 등산복을 살 때 꼭 보는 게 디자인과 색깔이에요. 여성성을 잘 살려주면서 몸매가 예뻐 보이는 디자인을 찾게 되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등산복 색깔은 노란색과 파란색이에요. 색깔도 예쁘고 특히 사진 찍을 때 사진발을 잘 받거든요.(웃음)”

등산과 관련해서 늘어나는 수치가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1천만을 넘어선 등산인구, 그 다음으로 6년 동안 100% 이상 증가한 여성 등산객, 마지막으로 매년 두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커지고 있는 아웃도어 의류시장 규모다. 세 가지 수치를 보면 등산복의 변화 양상을 읽어낼 수 있다. 가장 큰 변화 양상은 여성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눈에 띄게 다양해지는 아웃도어 의류의 디자인이다. 등산인구 1천만 중 남성 등산객이 아웃도어 의류의 기능성 쪽 발전을 담당하고 있다면, 디자인 등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쪽은 바로 여성 등산객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 여성 등산객들은 어떤 옷을 선택했을까? 정답은 ‘밝은 색상’이다. 티셔츠에 작은 포인트를 주는 색상이었던 빨간색과 분홍색·노란색·올리브색 등이 재킷과 티셔츠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등산복 전체적인 색상의 명암과 색조가 밝고 강렬해졌다. 중년 여성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인 분홍도 연분홍이나 진분홍, 산호색 등으로 세분화됐다. 꽃무늬가 들어간 안감에까지 신경을 쓴 재킷 역시 중년층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밝은 색상의 등산복은 산에서뿐 아니라 시장에 가거나 모임에 나갈 때 등 평상시에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 40~50대 중년층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는 스포츠웨어가 골프복에서 이제는 등산복으로 넘어왔다고 할 수 있다.

등산복도 세련된 양복 그 이상!

여성 등산객들의 밝은 기운은 남성 등산객들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 검은색이나 감색, 남색 등 주로 어두운 색깔을 좋아하는 남성 등산객들도 최근에는 흰색이나 주황색, 형광색 등산복을 즐겨 입고, 여러 가지 색상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배치된 셔츠나 재킷을 고르는 데 꽤 익숙해졌다. 장갑이나 두건 등을 구입할 때도 등산복과 어울리는지, 전체적인 스타일에서 혼자 튀지는 않는지 점검하면서 스스로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자가발전형 등산객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K2’ 기윤형 디자인 실장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산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찾으려는 중년층이 많다”며 “방수·방풍 등 뛰어난 기능성은 기본이고, 어떤 디자인이 더 젊어 보이고 날씬해 보이는지 따져서 아웃도어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등산복을 고르는 중년층 등산객들의 손길이 까다로워진 데는 등산을 즐기는 태도 변화가 한몫을 한다. 산에서 자기 자신을 더 드러내고 싶어하고, 산에서 만난 다양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중년층 등산객들에게 산은 바위와 나무로 이뤄진 지형지물이 아니라 만남의 광장이며 삶에서 또하나의 중요한 현장이 되었다. 등산복도 마찬가지다. 등산복은 그저 산에 갈 때 입는 옷이 아니라 근사한 자리에 입고 가는 세련된 양복, 그 이상이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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