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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에 새로 생긴 ‘꼬르륵 동물원 Zoo’ 카페. 모든 메뉴가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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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메뉴판 세상
에스프레소를 좋아해 여러 가게를 전전했지만 아직까지도 마음에 드는 가게를 만나지 못했다. 맛있는 커피집도 많이 생겨났고, 에스프레소라는 낯선 단어를 가게 전면에 크게 인쇄해 놓은 커피 체인점도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집은 찾기 어렵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겠지만)은 서서 마시는 것이다.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러 에스프레소를 ‘원샷’한 다음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쓰고 달콤한 커피를 입안에 머금은 채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그러기엔 한국의 에스프레소는 너무 비싸다. 싸봤자 3000원이다. 서서 마신다고 해도 깎아주지 않는다. 자리에 앉지 않으면 싸게 파는 외국의 커피집들이 부럽다. 단돈 1000원이면 맛좋은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다. 얼마 전 일산에서 나의 이상향에 가까운 커피집을 발견했다. 새롭게 조성된 ‘웨스턴돔’안의 ‘꼬르륵동물원 Zoo’라는 이상한 이름의 카페다. 매장이 있는 정식 카페가 아니고 2층 통로 한쪽 구석에 있는 곳인데, 일단 싸고 맛 좋은 커피가 2000원이다. 지나가다가 슬쩍 들러서 한잔 하기에 부담 없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풍성한 커피 끝맛이 꽤 깊다. 이 집은 모든 메뉴가 저렴하다. 360㏄ 맥주 한 잔은 1000원이며(이 맥주 맛도 일품이다) 안주로 그만인 수제 햄도 싸다. 커피나 맥주를 혼자서 즐기기에 이만큼 좋은 곳이 없을 것 같다. 김중혁기자 pen@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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