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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5 18:03 수정 : 2007.08.17 15:19

테마파크의 비밀. 촬영협조 에버랜드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테마파크의 비밀

빛나는 회전목마가 돌아갑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슬라이드쇼를 하듯 펼쳐집니다. 한결같이 행복해 보입니다. 사진 찍는 아빠에게 ‘브이’ 자를 펴 보이는 소년, 은빛 목마와 황금마차 사이를 두리번거리는 꼬마,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우는 아기까지.

1955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디즈니랜드가 세워진 이래 테마파크은 발전과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느릿느릿 낭만적으로 돌아가는 페리스휠(Ferris Wheel·대관람차)이 시속 205㎞의 괴물 같은 속도로 돌진하는 롤러코스터로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 상위 25곳의 테마파크에 들어온 사람들만 1억8650만 명이었습니다. 한국 에버랜드에는 750만, 롯데월드에는 550만명이 입장했습니다.(테마파크협회·경제연구협회 집계)

테마파크에선 행복만 존재합니다. 테마파크 안에서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하는 꿈이 실현됩니다. 아이들이 기다리던 산타클로스가 빨간 선물상자를 건네고, 브라운관에 갇혀 있던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이 튀어나와 악수를 청합니다. 일상에 지친 젊은이들도 탈주와 모험의 비일상에 빠집니다. 서울랜드 스카이엑스를 타고 시속 85㎞로 하늘을 날면 아주 잠깐 시원을 만난 것 같습니다. 70m 높이에서 시속 100㎞로 떨어지는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에 앉으면 무중력 상태가 느껴진다고 하는군요. 테마파크에서는 자연법칙도 비켜나나 봅니다.

혹시, 그동안 테마파크를 의무 방어전으로 다녀오진 않았나요? 아니면 자유이용권 한 장 끊고 눈코 뜰새 없이 놀이기구만 타다 돌아왔나요? 피곤하거나 허탈하지 않으셨어요? 그렇다면 당신은 테마파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겁니다. 테마파크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테마파크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밌습니다.

〈Esc〉가 테마파크의 비밀을 추적했습니다. 테마파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숨겨온 비밀을 발설하면 김빠진다” “장사 접어야 한다”며 난감해했지만, 득달같이 달라붙어 취재했습니다. 테마파크의 작은 세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자, 그럼 테마파크의 비밀을 만나보실까요?

자, 그럼 테마파크의 비밀을 만나보실까요? 촬영협조 에버랜드

롯데월드 국적의 한국 테마파크 최고인기 캐릭터에 관한 궁금증


“로티와 로리를 누가 연기하는지 아는 사람은 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예요.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죠.”(롯데월드 홍보팀 남기성 과장)

테마파크에는 캐릭터가 있다. 디즈니에는 미키와 미니가 있고, 롯데월드에는 로티와 로리가 있다. 로티와 로리는 매년 시무식에서도 사장 옆 자리에 앉는다. 캐릭터는 테마파크의 주인이다.

로티와 로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캐릭터 뮤지컬 ‘우정의 세계여행2’. 로티와 로리는 롯데월드에서 기획한 대다수 공연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복수 커플은 절대 존재할 수 없어

테마파크에서 캐릭터는 인격으로 취급된다. 캐릭터 배우가 ‘헤드’(머리에 쓰는 인형)를 쓴 이상 그는 배우가 아니라 ‘살아 있는’ 캐릭터다. 롯데월드에서 로티와 로리를 연기하는 배우는 여러 명이지만, 절대로 복수의 로티·로리 커플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인간 ‘김철수’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듯이, 로티와 로리도 세상에 단 하나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롯데월드 공연팀은 로티와 로리가 출연하는 공연 스케줄을 미리 조정해 서로 마주치지 못하도록 한다. 로티와 로리에 대한 인터뷰도 ‘금지’된다. 롯데월드 캐릭터팀의 조은경씨는 인터뷰를 사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캐릭터 배우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캐릭터를 캐릭터로 봐야지, 사람으로 상상해선 안 되거든요. 어린이의 환상이 깨지기도 하고요.”

롯데월드 캐릭터팀이 주관하는 캐릭터는 모두 40여개. 캐릭터마다 고유의 외모와 성격이 있다.

■ 로티 키 153~156㎝, 수컷 너구리. 국적 롯데월드, 용감하고 정의로운 성격. 항상 활력이 넘치고 로리를 끔찍이 사랑한다.

■ 로리 키 152~155㎝, 암컷 너구리. 국적 롯데월드, 깜찍하고 귀엽지만 애정 표현에 쑥스러워한다. 새침한 질투도 부린다.

캐릭터 배우는 모두 23명이다. 신체 조건이 알맞은 배우도 오디션을 통과해야만 로티와 로리가 될 수 있다. 로티와 로리는 배우들이 선망하는 배역이다. 모든 행사의 주인공이고, 헤드를 쓰면 매니저가 따라 붙을 정도다.

롯데제과 ‘칸쵸’의 바로 그 너구리들
롯데제과 ‘칸쵸’의 바로 그 너구리들

로티와 로리를 연기하기 위해선 캐릭터 연구와 동작 숙지가 필요하다. 웃을 때 로티는 어깨를 들썩이며 양손을 든다. 걸을 때는 상체를 약간 뒤로 젖히고 자신감 있게 팔자로 걷는다. 이렇듯 상황별로 자세한 연기 매뉴얼이 있지만, 연기자는 로티 자체가 돼야 한다. “헤드를 덮어쓴 터라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몸짓으로 반갑게 인사하면 헤드 속의 얼굴도 이에 못지않게 반갑게 웃고 있어요. 전신이 하나의 표정을 지어야 몰입이 되니까요.”(캐릭터팀 조은경씨)

로티와 로리는 성장사가 있다. 캐릭터 배우가 체화해야 할 기억이다. 이들은 1989년 롯데월드 개장과 함께 태어나 ‘우정의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모로코를 돌며 모험했다. 12년 동안 캐릭터 뮤지컬쇼로 공연된 내용이다.(그 즈음 롯데제과에서 나온 과자 ‘칸쵸’의 너구리가 다름 아닌 로티와 로리였다. 농심라면 너구리와 다르다.) 둘은 1997년 마돈나, 마이클 잭슨 등의 콘서트 사회자로 활동하면서 사랑을 키우더니, 지난해 17살이 되어 결혼했다. 4개국에서 축하 사절단이 파견돼 공연했다.

그리고 올해부터 로티와 로리는 두 번째 ‘우정의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카키색 탐험 복장을 한 로티는 비밀지도와 황금열쇠를 들고 황금 피라미드를 찾아 떠난다.

‘리우삼바카니발’ 의상을 입은 로티·로리가 출연진과 연습하고 있다. 연습 중에도 헤드를 벗지 않는다.
로티와 로리는 한국 테마파크에서 관리가 꾸준하게 이뤄진 캐릭터로 꼽힌다. 에버랜드는 캐릭터가 여러 번 바뀌었다. 1980년대 자연농원 시절엔 사자 ‘파미’가 대표했고, 이후 외계행성에서 온 ‘킹코와 콜비’가 주역을 맡았다가, 지금은 사자 ‘라스타와 라이라’가 맡고 있다. 서울랜드의 캐릭터는 거북이인 ‘아롱이와 다롱이’다. 서울랜드 홍보팀 관계자는 “1987년 개장 공모 때 선정됐다”며 “오래오래 살아남고 기억될 수 있는 기업이 되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말했다.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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