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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5 19:51 수정 : 2007.08.18 16:04

외국 최첨단 놀이기구 체험기 “가장 무서웠던 건 미국에서의 X였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외국 최첨단 놀이기구 체험기 “가장 무서웠던 건 미국에서의 X였네”

우리가 흔히 ‘놀이기구’라고 하는 것을, 업계에서는 ‘라이드 어트랙션’ 또는 그냥 ‘어트랙션’이라고 한다. ‘매력물’이라는 뜻 그대로, 손님을 끌어 오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테마파크의 꽃이다.

어트랙션을 애들 장난감 수준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어트랙션은 당대 최고 첨단기술의 집결체다. 더불어 상상력과 물리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시대적 아이콘이기도 하다. 최첨단 어트랙션을 타 보았다.

⊙ 푸우의 허니헌트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

2000년 9월 문을 연 허니헌트는, 풍선을 타고 꿀을 따러 가는 곰돌이 푸우가 강풍을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체험하는 ‘쇼 체험형’ 어트랙션이다. 110억엔(당시 환율 1143억원)을 들인 도쿄 디즈니랜드의 야심작.

벌써 7년이나 된 고참이지만, 허니헌트는 디즈니랜드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오래 기다려야 탈 수 있는 어트랙션으로 남아 있다. 그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무엇보다 ‘오디오 애니매트로닉스’라고 불리는, 움직이고 말하는 로봇들을 중심으로 귀여운 푸우와 그의 친구들이 살고 있는 만화 속의 ‘100에이커 숲’이 너무나도 멋지게 재현돼 있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를 만든 목적의 하나가, 2차원의 만화를 3차원 세계로 구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데, 그런 의미에서 허니헌트는 가장 ‘디즈니적인’ 어트랙션이 아닐까 싶다.

사실 허니헌트는 다른 디즈니 파크에도 여럿 있다. 그러나 도쿄의 허니헌트가 특별한 이유는 그 시스템에 있다. 5명이 타는 ‘꿀통’ 모양의 차량 석 대가 한 조가 되어 같이 움직이는데, 석 대의 꿀통이 별도의 트랙이 없는 바닥 위를 각기 독자적으로 직진하거나 회전하면서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푸우를 쫓아 100에이커의 숲을 달려간다. 공장의 이동식 로봇 기술을 응용했다는 이 차량은, 마치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하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따라서 어느 차량에 탔느냐에 따라 재미가 다르다.


⊙ 스파이더맨 (미국 유니버설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푸우의 허니헌트가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화한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스파이더맨’(정식 명칭은 ‘스파이더맨의 놀라운 모험’)은 다이내믹하고 와일드한 액션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스파이더맨의 뛰어난 점은 기존 어트랙션들의 장점을 따와 새로운 갈래의 어트랙션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고블린, 닥터 옥터퍼스, 하이드로맨 등 낯익은 악당들과 싸우는 스파이더맨의 활약상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에 올라 취재한다는 것. 하지만, 입체영상 특유의 효과, 즉 폭탄이 바로 눈앞에 터지고 유리 파편이 날아드는 장면이 몸으로 느껴지는 속도감에 더해지면서 스릴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특히 마지막에 추락하는 차량을 스파이더맨이 구해주는 장면에서는 이게 과연 허상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태로까지 몰입하게 된다.

1999년 5월, 플로리다 올란도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계열의 테마파크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에 처음 선을 보인 뒤, 2004년 일본 오사카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도 동일한 기종이 생겨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스파이더맨 영화 세 편과 시너지 효과를 봤음은 말할 것도 없다)

⊙ 엑스 (X·미국 식스플래그스 매직마운틴), 에에자나이카 (일본 후지큐 하이랜드)

허니헌트와 스파이더맨이 잘 알려진 스토리를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테마파크의 기본에 충실한 어트랙션이라면, 엑스와 에에자나이카는 잡생각 할 것 없이 그저 몸으로 느끼면 되는 ‘본능 충실형’ 어트랙션이다.

어트랙션은 계속 빨라지고 점차 높아졌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롤러코스터는 미국 뉴저지에 있는 ‘킹다카’다. 시속 205㎞에 높이도 139m로 세계 최고다. 항공모함의 짧은 활주로에서 전투기를 이륙시키는 방식을 적용해 순간적으로 급가속해 100m 이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이런 종류의 어트랙션은, ‘빠르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재미나 스릴이 없다.(탑승 시간도 30여 초에 불과해 뭔가를 느낄 시간적 여유도 없다!) 게다가 단순한 ‘원초적’ 본능만을 충족시켜주는 어트랙션은 손님들이 빨리 질려 버리기에 그 수명도 짧을 수밖에 없다.

속도가 느리고, 높이는 낮더라도 극한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코스터는 많다. 이를테면 4차원 롤러코스터라고도 하는 ‘엑스’다. 2001년 ‘식스플래그스 매직마운틴’에서 설치한 엑스는 지난해 일본 야마나시 현의 유원지 후지큐 하이랜드에 ‘에에자나이카’라는 이름으로 들어섰다. 엑스는 겉으로 보면 머리 위에 레일이 있고 좌석 아래 발판이 없어서 다리가 허공에서 대롱거리는 ‘인버티드’ 롤러코스터와 비슷하다. 하지만 엑스가 ‘4차원 코스터’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좌석이 코스터가 운행을 하는 중에 독자적으로 상하 회전을 하기 때문이다.

엑스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덜컹거리며 정상까지 올라가는 부분이다. 다른 코스터와 달리 등을 지고 거꾸로 올라가는데, 전방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대와 흥분으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이윽고 50m 정상에 섰다가 ‘기우뚱’하며 지면을 향해 고속으로 수직 낙하를 하면, “아이고, 나 죽네!” 비명이 절로 나온다. 이후 시속 120㎞로 빠르게 전진하다 좌석이 빙글빙글 돌고, 탑승자는 땅으로 처박히는 듯하다가 하늘로 솟구친다. 에에자나이카는 머리가 발아래로 내려가는 횟수가 14번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고 하니, 보통 같은 기종을 두세 번 타면 대강의 코스 구성을 익힐 수 있는 고수라 할지라도 기억도 예상도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엑스를 세계에서 가장 무섭고 재미있는 롤러코스터라고 생각하는데, 코스터를 타 볼 만큼 타 봤다는 나도 다리에 쥐가 났기 때문이다.

김지훈/ 테마파크 블로거·에버랜드 파크기획팀 근무 http://blog.naver.com/ahkims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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