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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5 21:37 수정 : 2007.08.15 21:37

여행에서 건진 보물 / 의사 고경남의 남극 동물도감

[매거진 Esc] 여행에서 건진 보물 / 의사 고경남의 남극 동물도감

“길에서 잠깐 벗어나야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보일 것 같았어요. ”

소아과 전문의 고경남(33)씨는 지난해 1월 남극으로 훌쩍 떠났다. 한국 과학기지인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의 건강을 돌보는 게 그의 임무였다. 남미 대륙의 최남단 푼타아레나스. 세종기지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에 앞서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남극을 가는데요. 뭘 가져갈까요?” 주인이 책을 한 권 건넸다. 샌디에이고 자연사박물관이 펴낸 <남극의 새와 포유류들>.

고씨는 틈나는 대로 하이킹을 다녔다. 그래봤자 서너 시간이면 크레바스에 막혀 같은 길이 반복됐지만.

사람의 존재가 없던 길을 걷다 보니, 동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푼타아레나스에서 사 온 동물도감을 넣어 배낭을 꾸렸다. 그리고 빙하 사이를 걷다가 펭귄 무리를 만나면, 털썩 주저앉아 동물도감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서너 시간 동안 꿈쩍 않고 있으면, 침입자를 경계하던 펭귄들의 떠들썩함도 잦아들었다.

두 개의 알을 품고 있는 펭귄들, 알을 노리고 선회 비행하는 스쿠아(도둑갈매기)들. 남극을 ‘산책’하면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스쿠아와 남극제비갈매기, 해표와 바다사자의 삶을 배웠다.

1년 남짓 세종기지 월동대원 생활을 마치고 지난 2월 귀국한 그는 수도권의 대학병원 건물에서 예전에 걷던 길을 걷는다. 남극은 ‘사람은 자신이 어디 서 있는지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에게 가르쳐주었다. 남극 동물도감도 그에게 큰 스승이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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