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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5 21:42 수정 : 2007.08.15 21:42

쿤밍은 상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지역이다. 쿤밍 근교의 ‘석림’은 높이 20여m의 융기한 바위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매거진 Esc]나의 도시이야기/ 트래블게릴라 편집장 김슬기의 쿤밍

쿤밍을 알게 된 건 1991년이었다. 김성종 원작의 텔레비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한참 인기를 끌 때였다. 지금은 불혹을 넘겼지만, 주인공 여옥(채시라)은 가녀린 모습으로 한국 남자들의 애간장을 끓게 했다. 여옥이 해방 직전 오에스에스(OSS)라는 미국 첩보기관에서 조선에 침투할 목적으로 특수훈련을 받은 곳이 쿤밍이었다. 여명의 눈동자에서는 중국의 변방 도시쯤으로 소개됐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쿤밍의 풍경과 잔잔한 내레이션이 잊히지가 않았다.

3년이 지난 1994년 겨울. 나는 중국 남방 지방을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톈진항을 거쳐 베이징에서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함께 남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상하이, 광저우, 구이린 그리고 쿤밍.

쿤밍이 있는 윈난성 일대는 매우 독특했다. 위도는 낮지만 해발 고도가 높아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56개의 중국 민족 가운데 무려 26개 민족이 살고 있었다. 홍콩 영화 <동방불패>에서 봤던 검은 옷에 화려한 장신구를 달고 사는 먀오족(묘족)과 타이인들의 조상인 타이족 그리고 바이족(백족), 나시족(납서족) 등 처음 들어보는 민족이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도시로 향한 소수민족 젊은이들은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다양한 얼굴과 꿈틀거리는 표정은 잊을 수가 없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촬영한 밀림 지대가 있다는 말에 먼 길을 떠나기도 했다. 시솽반나라는 지역이었다. 닭장 같은 침대버스를 타고 24시간을 달렸다. 두 명의 운전사가 교대로 운전하고서야 우린 그 밀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뒤, 여행으로 일로 쿤밍을 계속 찾아가고 있다. 10여 년이 지난 쿤밍은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 도시’로 탈바꿈했다. 인구도 늘었다. 하지만 갈 때마다 옛 모습이 사라지는 게 아쉽다. 첫 여행 때 고생해서 갔던 시솽반나 지역도 지금은 고속도로가 놓여 6시간이면 닿는다.

세상은, 개발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오래 숨겨두고 가끔씩 꺼내 보고 싶은 곳이 있다. 나에게는 쿤밍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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