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8.15 21:51 수정 : 2007.08.17 15:38

안개 낀 창포리는 신비한 분위기다.

[매거진 Esc]사진작가, 바다를 찍다 ⑦ 강태욱의 영덕 창포리

서울 도심을 출발한 지 5시간. 어느덧 영덕군 창포리다. 창포리는 간간이 떨어지는 비와 흐린 안개로 나를 맞이했다. 시간은 이미 저녁을 향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지 않고 하늘은 마냥 흐렸다. 어떤 모습을 보여 주려고 이리 흐린 얼굴로 나를 맞이하는가.

영덕군 창포리는 대게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처음 이곳을 찾았지만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아마도 어촌의 정겨움 때문이리라.

산꼭대기에 꽂힌 23개의 바람개비들

왠지 새벽 바다를 보고 싶었다. 익숙지 않은 공간이라 그런지 5시도 안 돼서 눈을 떴다. 바다를 향해 열린 창 사이로 안개 낀 바다가 보였다. 몸을 움직여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배가 떠 있다. 그 사이로 해가 떴다. 안개에 휩싸인 바다에 떠 있는 저 배는, 어느 순간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를 경계에 떠 있다. 정중동이라 했던가. 배는 멈춰 있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에 보면 좀 전의 위치를 벗어나 있거나 뱃머리의 방향이 바뀌어 있다. 몽환적인 그 분위기에 한동안 배만 바라봤다.


얕은 바다물 사이로 해초가 어른어른 비친다.

동해에 유일하게 해녀가 있는 마을.

창포리의 끝자락에는 등대가 있다. 그 등대 옆에는 산으로 길이 났는데, 그 길을 오르면 풍력발전소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타난다. 길모퉁이에서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를 만났다. 아침 새보다 더 빨리 바다에 다녀온 어부를 보니, 문득 노동이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어부를 뒤로하고 풍력발전소로 올랐다. 거대한 발전소는 이질적인 느낌, 그 자체였다. 순간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질감이 만들어 낸 환상. 산마루 길 곳곳에 설치된 23기의 풍력발전기는 산꼭대기에 꽂힌 거대한 바람개비가 되어 휘휘 돌아가고 있다. 하루 종일 안개가 걷히지 않아 바다는 조금도 볼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마을로 돌아왔다.


관광객은 창포리 앞바다의 짙푸른 색 때문에 이곳을 다시 찾는다.
어부의 힘찬 출항은 창포리를 지탱하는 힘이다.

어부의 모습을 담고 싶다는 내게 민박집 주인은 친구의 배를 소개해 줬다. 새벽 3시에 출항하는 어선을 타고 나간 바다는 생각보다 쌀쌀했다. 물가자미철이라고는 하지만 빈 그물이다. 1.5㎞ 길이의 그물을 다 끌어올려도 걸려 나오는 건 한 바가지의 가자미뿐. 가자미를 끌어올리는 모습이 보고 싶지만, 너무나 더디게 올라오는 가자미를 기다리다가 그만 멀미가 나고 말았다. 그물을 끌어올리는 데 50여 분이 걸렸다. 가자미들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경매에서 바로 외지로 팔려나갔다. 생선을 팔아넘긴 배들은 다시 바다로 나갔다.


잡은 물고기를 경매에 부치기 위해 어민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창포리는 동해에서는 유일하게 해녀들이 사는 곳이다. 마침 오늘은 물질하는 날이었다. 그렇잖아도 어제 오후 동네 방송에서는 “물질이 가능하다”는 어촌계장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해녀들에게는 오랜만에 물속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해산물 보호를 위해 자주 들어가지도 않지만, 그나마 많은 양을 잡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수심 10m 안팎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다 밑이 환히 들여다보였다. 동해가 이렇게 맑았던가. 바위 사이로 물고기가 하늘거리고, 해녀가 여기저기서 자맥질을 하고 있다. 뭔가를 캐는가 싶었는데 올라온 해녀의 두 손엔 성게가 가득하다.

영덕 창포리= 사진·글 강태욱/ 사진작가

후원 해양수산부


창포리 여행쪽지
보름마다 달맞이 야간 산행

⊙ 매달 보름밤이면 창포리에서는 달맞이 야간 산행이 열린다. 창포초등학교와 등대 옆길로 달맞이 길이 나 있다. 초등학교에서 출발해 삿갓봉, 풍력 발전단지, 해맞이 공원을 달빛을 받으며 둘러본다. 약 두 시간. 여름철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이벤트다.

인근 하저리에서 해수욕도 할 수 있다. 걷기에는 조금 부담되는 거리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맛이 있다. 여느 동해안 해수욕장처럼 아늑한 모래사장이 사람들을 반긴다. 파라솔을 빌려 주고 샤워장도 있다.


산꼭대기에 꽂힌 풍력발전기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

해안가를 따라 민박이 많다. 방파제 앞에 있는 방파제 모텔은 최근 새단장을 했다. 에어컨과 공동조리 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맞춤하다.(054)733-1929. 명동횟집에서 운영하는 민박도 숙소로 손색이 없다. 사람 좋은 주인아저씨의 마을 내력을 듣다 보면, 시간이 훌쩍이다. 주인아저씨가 파는 반건조 물가자미(미주구리), 오징어도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을 자랑한다.(054)732-8561. 창포리 초입에 자리한 창포횟집은 대게 대회에서 3연승한 실력을 자랑한다. 민박도 운영한다. 물회 1만원, 회덮밥 1만원, 대게 1㎏ 3만원(수입산). 지금은 금어기라 영덕대게는 11~5월에 먹을 수 있다.(054)733-6994.

⊙ 청포리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탄다. 서안동 나들목을 나와 34번 국도로 이동한다. 길이 안 막힐 경우 영덕까지 5시간 정도 걸린다. 영덕에서 ‘하저리·푸른바다’ 표지판을 따라 14㎞쯤 이동하면 해안선을 따라 난 길이 나온다. 하저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2㎞쯤 이동하면 창포리다.


창포리 아이들은 바다가 친구이자 스승이다.
창포리 아이들은 바다가 친구이자 스승이다.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