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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창포리는 신비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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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사진작가, 바다를 찍다 ⑦ 강태욱의 영덕 창포리
서울 도심을 출발한 지 5시간. 어느덧 영덕군 창포리다. 창포리는 간간이 떨어지는 비와 흐린 안개로 나를 맞이했다. 시간은 이미 저녁을 향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지 않고 하늘은 마냥 흐렸다. 어떤 모습을 보여 주려고 이리 흐린 얼굴로 나를 맞이하는가.
영덕군 창포리는 대게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처음 이곳을 찾았지만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아마도 어촌의 정겨움 때문이리라.
산꼭대기에 꽂힌 23개의 바람개비들
왠지 새벽 바다를 보고 싶었다. 익숙지 않은 공간이라 그런지 5시도 안 돼서 눈을 떴다. 바다를 향해 열린 창 사이로 안개 낀 바다가 보였다. 몸을 움직여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배가 떠 있다. 그 사이로 해가 떴다. 안개에 휩싸인 바다에 떠 있는 저 배는, 어느 순간 바다인지 하늘인지 모를 경계에 떠 있다. 정중동이라 했던가. 배는 멈춰 있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에 보면 좀 전의 위치를 벗어나 있거나 뱃머리의 방향이 바뀌어 있다. 몽환적인 그 분위기에 한동안 배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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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바다물 사이로 해초가 어른어른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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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에 유일하게 해녀가 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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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은 창포리 앞바다의 짙푸른 색 때문에 이곳을 다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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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힘찬 출항은 창포리를 지탱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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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모습을 담고 싶다는 내게 민박집 주인은 친구의 배를 소개해 줬다. 새벽 3시에 출항하는 어선을 타고 나간 바다는 생각보다 쌀쌀했다. 물가자미철이라고는 하지만 빈 그물이다. 1.5㎞ 길이의 그물을 다 끌어올려도 걸려 나오는 건 한 바가지의 가자미뿐. 가자미를 끌어올리는 모습이 보고 싶지만, 너무나 더디게 올라오는 가자미를 기다리다가 그만 멀미가 나고 말았다. 그물을 끌어올리는 데 50여 분이 걸렸다. 가자미들은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경매에서 바로 외지로 팔려나갔다. 생선을 팔아넘긴 배들은 다시 바다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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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은 물고기를 경매에 부치기 위해 어민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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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리 여행쪽지
보름마다 달맞이 야간 산행 ⊙ 매달 보름밤이면 창포리에서는 달맞이 야간 산행이 열린다. 창포초등학교와 등대 옆길로 달맞이 길이 나 있다. 초등학교에서 출발해 삿갓봉, 풍력 발전단지, 해맞이 공원을 달빛을 받으며 둘러본다. 약 두 시간. 여름철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이벤트다. 인근 하저리에서 해수욕도 할 수 있다. 걷기에는 조금 부담되는 거리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맛이 있다. 여느 동해안 해수욕장처럼 아늑한 모래사장이 사람들을 반긴다. 파라솔을 빌려 주고 샤워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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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 꽂힌 풍력발전기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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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리 아이들은 바다가 친구이자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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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포리 아이들은 바다가 친구이자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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