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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22 16:51 수정 : 2007.08.22 16:53

중국집과 냉면의 조합

[매거진 Esc] 메뉴판 세상

갑자기 냉면 생각이 날 때가 많다. 더운 여름이고, 짜증나는 여름이다. 열대야에 시달리면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일 때는 냉면 그릇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싶다. 냉면집 옆집에 살고 싶다. 매일 냉면을 먹고 싶다. 그런데, 냉면집을 찾아가면 다시 짜증이 밀려든다. 줄을 서야 한다. 줄은 길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뭐 대단한 음식 먹는다고 줄까지 서가며 기다려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맨 뒤에 선다. 덥고 짜증난다.

갑자기 중국 냉면이 생각난다. 맞다, 중국 냉면이 있었지. 하지만 맛있는 중국 냉면 파는 곳이 생각나지 않는다. 메뉴판에서 중국 냉면을 볼 때면 꼭 시켜먹었던 기억이 난다. 새우와 오이, 당근 같은 걸 얹고 땅콩크림과 겨자를 넣은 중국 냉면은, 한국 냉면의 심심한 맛보다는 상큼하고 시큼해서 자극적이다. 그래도 시원하게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중국 냉면은 중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 있는 음식이다. 아마도 냉면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춰서 새롭게 개발한 요리일는지도 모른다. 사실 중국집과 냉면은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집의 요리는 대체로 뜨거운 불로 빠르게 볶아내는 요리인데, 냉면은 그렇지 않다. ‘냉’이라는 글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사뭇 다르다. 중국 음식의 ‘냉’은 차갑다는 뜻이 아니다. ‘냉채’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차갑다보다는 ‘뜨겁지 않다’는 쪽에 더 가깝다. 그러니 중국집에서 살얼음이 든 냉면을 만나게 되면, 일단 감사하고 보자. 전통의 조리법에서 한걸음 비껴난, ‘차갑기 그지없는’ 냉면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만약 그 중국 냉면이 맛있다면 더욱 고마운 마음을 가지자. 중국 냉면을 잘하는 집은 그리 많지 않다.

김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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