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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은 장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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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노트북은 장난감이다
유치원 때는 블록 장난감에 그림을 그려넣으면서 놀았고, 초등학교 때는 종이 인형에 색을 칠하면서 놀았다. 중고등학교 때는 필통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색색깔 볼펜으로 공책에 알록달록 물을 들였다. 블록 장난감에 그려넣은 얼굴, 필통에 붙여놓은 스티커를 보고 있으면 꼭 옆 자리 친구가 부러워해 줘 마음이 참 뿌듯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어른이 됐다. 어른이 되면 필통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보다 더 의미 있고 더 재미있는 놀이를 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사회 생활에 뛰어들고 나서 보니, 술자리도 늘 즐겁지만은 않고 월급의 반을 털어 쇼핑을 해도 그 순간뿐이다. 결국 장난감이 선사했던 그 천진난만한 즐거움은 영영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1평 남짓한 사무실 네모난 책상 위에도 눈을 크게 뜨고 보면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투성이다. 필통 대신 노트북이 있고, 종이 인형 대신 휴대전화가 있으며, 블록 장난감 대신 엠피3 플레이어나 유에스비가 있다. 밋밋한 흰색이나 어두운 검은색 노트북에는 물방울무늬나 얼룩말무늬 스티커를 붙이고, 단색 옷을 입은 휴대전화는 그날 기분에 따라 옷을 갈아입힌다. 엠피3 플레이어와 유에스비, 휴대용 게임기에도 그림을 그려넣는다. 또 공책에 예쁘게 줄이 긋는 대신 시시때때로 윈도 테마를 바꾸고, 종이 포스트잇에 ‘오늘의 할 일’을 적어 노트에 붙이는 대신 포스트잇 위젯에 일정을 적은 다음 바탕 화면에 띄워놓는다. 이렇게 각종 아이티(IT) 기구의 겉과 속을 바꾸는 것을, 누구는 ‘튜닝’이라고 하고 누구는 ‘스킨을 바꾼다’고도 하며 누구는 ‘개성 있는 아이티 디자인이 뜨는 시대’라고도 진단한다. 뭐라고 하든 중요한 것은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아니 어른들도 충분히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제 단조로운 ‘오피스 라이프’에서 벗어나보자. 한 손에는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아이티 기기를, 다른 한 손에는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자기만의 놀이 비법을 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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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지와 노트북 스킨으로 튜닝한 노트북. 플라스틱 재질부터 천 재질까지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노트북을 꾸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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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지·리폼지·스티커를 이용하는 방법도 “한번 사면 쉽게 바꾸지도 못하는데 어떤 디자인과 색상을 골라야 하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하는 아이티(IT) 기기들, 살 때부터 고민은 시작된다. 디자인이 맘에 들면 색상이 맘에 안 들고, 색상이 맘에 들면 디자인이 영 별로이고, 둘 다 마음에 들면 가격이 비싸기 일쑤다. 쇼핑의 딜레마다. 고르고 또 고르면서 장고 끝에 결정을 내리는 것도 쇼핑의 재미라면 재미지만, 지르고 난 뒤에도 고민은 남는다. 액정이나 벨소리도 튜닝 품목에 들어가 살 때는 분홍색 아이팟이 참 예뻤는데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색상은 점점 바래지는 것만 같다. 밝은 색상은 질릴까봐 은색 노트북과 흰색 휴대전화를 선택했지만 지하철 옆자리 아저씨도 나와 같은 색상의 제품을 쓰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똑같은 교복을 입은 것과 같은 ‘개성 가출 사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고정관념 폐기처분! 노트북이나 휴대전화가 늘 한 가지 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나면 반짝반짝 빛나는 또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튜닝의 세계’ ‘스킨의 세계’다. ■ 노트북= 노트북 색상에 질렸을 때 아예 색상의 뿌리를 바꿔버리는 도색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노트북을 전문적으로 튜닝해 주거나 도색해 주는 업체는 아직 없다. 용산 전자상가나 강변 테크노마트 등 전자전문 상가의 노트북 주변기기 업체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도색을 해준다. 가격은 4만~5만원 정도. 노트북 도색은 휴대전화보다 복잡하다. 노트북을 분해해서 도색할 부분만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노트북 도색은 은은한 펄감이 추가된 검은색이나 은색, 파란색, 빨간색 등의 색상이 대세다. 오래 써서 흠집이 많은 노트북은 도색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도색이 부담스럽다면 색깔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노트북 케이스를 이용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노트북의 색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방법은 스킨을 씌우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노트북 스킨이 대중화되어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다양한 기종과 크기의 노트북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스킨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업체가 많지 않다. 국내 노트북 스킨 중 알려진 제품은 케이브랜드의 ‘아이저’ 노트북 스킨. 특수 코팅된 플라스틱 필름 소재로 책받침 정도의 두께이며 15인치 노트북에 맞게 출시돼 그보다 작은 노트북은 잘라내서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인은 꽃무늬나 나뭇잎 무늬 등 모두 14가지다. 가격은 1만5천원. 스킨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 시트지나 리폼지, 스티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시트지를 노트북 크기만큼 구입해 직접 잘라 붙이거나 천 소재 등의 리폼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잘라 씌울 수 있다. 시트지나 리폼지의 장점은 품이 드는 대신 저렴한 가격에 자기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 야성적인 얼룩말무늬부터 동양적인 꽃무늬, 깔끔한 물방울무늬 등 원하는 디자인을 맘껏 고를 수 있다. 대부분의 시트지와 리폼지는 탈착이 손쉬운 편이라 떼어내고 나도 끈적임이 남지 않는다. 한번에 붙이는 데 실패해도, 몇 번의 기회가 더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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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램’ 스킨 스티커를 이용해 변신한 휴대전화와 아이팟, 닌텐도 디에스. 최근 다양한 스킨을 출시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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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임호림 기자 namoo@hani.co.kr 촬영협조 애플컴퓨터코리아·램램(lamb-lamb.com)·케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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