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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건진 보물/ 여행사진가 신미식의 인디오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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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여행에서 건진 보물/여행사진가 신미식의 인디오 인형
여행사진가 신미식씨는 뭐든 남에게 잘 주는 사람이다. 10년 넘게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개미처럼 모은 기념품도 그를 찾아온 친구와 손님들에게 하나씩 주어 보낸다. 그런 그가 아무에게도 주지 않은 보물이 있으니, 페루 티티카카 호수에서 사 온 인디오 인형이다. “티티카카 근처 푸노에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있었어요. 그런데 매일 아침 숙소를 나갈 때마다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출입구 옆에 쪼그리고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할머니는 뜨개질로 손수 인형을 만들어 파는 행상이었다. 신씨는 어머니가 떠올랐다고 했다. 가난한 살림살이 탓에 신씨의 어머니 또한 시장에서 좌판을 했고, 그에게 시장에서 놀던 기억이 선연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를 지나치기만 하던 신씨는 며칠 뒤 인형을 샀다. 보자기로 아기를 안고 있는 인디오 엄마의 모습이었다. 엄마의 둥근 얼굴과 길게 땋은 머리, 아기의 털모자까지 할머니의 손길이 배어 있었다. 아마 신씨의 젊은 손이 티티카카를 담느라 셔터 주변에서 맴돌 때에도 할머니의 늙은 손은 뜨개질로 분주했으리라. “여행에서 할머니를 만나면 어머니가 생각나고, 꼬맹이와 장난을 치다 보면 어릴 적 친구들이 생각나요. 사람을 추억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여행인 것 같아요.” 최근 신씨는 ‘새 친구들’을 만나러 마다가스카르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서울 효창동에 갤러리 카페 ‘마다가스카르’를 냈다. 아프리카 대륙 동해안에 뭉툭하게 붙은 섬나라가 마다가스카르다. 지난해 3월 신씨가 처음으로 수도 안타나나리보 공항에 내렸을 때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곳. 신씨는 지난해 10월 마다가스카르 궁벽한 시골 동네에 들어가 영화 상영회를 열고 초등학교 전교생 700명의 사진을 찍어 인화해 나누어주기도 했다. 어릴 적 기억 속으로 들어가 친구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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