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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5 20:21 수정 : 2007.09.09 10:30

뉴 카이런

[매거진 Esc] 전문가 3인의 자동차 해부교실
청바지 뒷주머니·태권브이 등 숱한 ‘입말’ 2년
산만한 모양 깔끔히 정리…착하지않은 값 흠

‘뉴’자가 붙은 자동차에는 기대치가 저절로 높아진다. 본래 모델의 단점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좋아졌으리라는 믿음이랄까? 이번에 자동차 전문가 3인과 들여다본 자동차는 쌍용자동차의 ‘뉴 카이런’이다. ‘뉴’ 이전과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뉴 카이런’만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김우성 ‘BBC 톱기어’ 편집장
손가락 하나에 휙휙 돌아갈라

원래 쌍용은, 보수적인 브랜드였다. 적어도 겉으로 보이기엔 그랬다. 유일한 뒷바퀴굴림 방식 정통 고급 세단인 체어맨을 비롯해, 정통 스포츠실용차(SUV)의 형태를 가장 굳건히 지켰던 코란도와 그 뒤를 이은 뉴 코란도 등 정통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은 차들로만 채워져 있었다. ‘너무 앞선 디자인’이라는 평가 속에 1993년 데뷔한 무쏘마저도, 몇몇 과감한 보디라인을 빼면 정통 SUV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 차가 아니었다. 유행은 늘 쌍용을 비켜갔고, 쌍용은 유행 따위에 흔들리지 않는 ‘정통파’의 지지 속에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던 쌍용이 ‘변심’을 선언하고, 작심한 듯 로디우스를 내놓았다. 그 ‘디자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음 타자가 등장했다. 카이런이었다. 앞뒤 디자인의 균형은 전혀 맞지 않았고, 방패를 닮은 테일램프 디자인은 구설수에 시달렸다. 길을 가다 마주친 카이런의 뒷모습은 로봇 태권브이의 얼굴을 절로 떠올리게 했다. 레저용 차량(RV) 전문 브랜드의 노하우를 담은 스포티한 성능은, 그만 외모에 완전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뉴 카이런
2년도 채 못 되어 두손 두발 다 든 쌍용은 마침내 메스를 집어들기에 이른다. 뉴 카이런은, 그렇게 성형수술을 거쳐 지난 4월 새로 태어났다. 반길 만한 변화다. 분주하고 산만해 보였던 세부 요소는 말끔히 정돈됐고, 테일램프도 안정감을 되찾았다. 2.0과 2.7리터 디젤 엔진이 이끄는 주행성능은 여전히 경쾌하다.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조용하고 부드러워지는 엔진은 예나 지금이나 카이런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장점. 다 좋아진 건 아니다.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휙휙 돌아갈 지경인 가벼운 운전대는 특히 고속주행 때 불안감을 일으킨다. 세금 혜택도 사라질 마당에 굳이 뒤쪽을 보고 앉아야 하는 위험천만한 3열 시트를 끼워넣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거저거 다 따져도, 시장의 불만에 귀 기울인 카이런의 변신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경영권 교체 등 최근의 격변기를 거치며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추슬러 코란도(KORANDO, ‘한국인은 할 수 있다’의 이니셜) 정신을 되찾으면 좋겠다. 뉴 카이런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게 생겼다.

김기경 ‘자동차생활’ 편집장
넉넉한 파워, 힘이 남아돈다

고급형 소형차냐, 기본형 중형차냐. 혹은 고급형 중형차냐, 기본형 대형차냐. 자동차를 살 때 고민은 “같은 돈으로 이왕이면 큰 차? 아니면 실속(고급장비·유지비 등)?” 등 선택의 문제이다. 구입 차종이 스포츠실용차(SUV)로 정해졌다면 두 가지 선택에 둘 다 오를 만한 차종이 뉴 카이런이다. 뉴 카이런은 렉스턴과 액티언 사이에 자리한 중형급 에스유브이. 그런데 소형·대형 에스유브이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2.0리터와 2.7리터 두 가지 엔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심은 중형 에스유브이 시장에 두고 2.0리터 모델로는 소형 에스유브이, 2.7리터 모델로는 대형 에스유브이 시장을 아우르는 세 다리 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중형 스포츠실용차 라이벌인 현대 싼타페는 올해 추가된 2.0리터 외에 큰 배기량이라고 해봐야 2.2리터 엔진을 얹고 있다. 이에 비해 뉴 카이런은 2.7리터 엔진이 뿜어내는 넉넉한 파워를 즐길 수 있다. 최고 시속까지 있는 힘껏 달리는 차와 최고 시속까지 달려도 힘이 남아도는 차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배기량이 깡패’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물론 대배기량 엔진에 따른 자동차세와 연비 부담은 소비자들이 안아야 할 몫이다.

다만, 승용차와 같은 모노코크 보디를 쓰는 싼타페와 전통 에스유브이와 같은 프레임 방식을 쓰는 뉴 카이런은 주행감각에 큰 차이가 있다. 싼타페 쪽이 세련된 승차감에 뛰어난 코너링 성능을 보인다. 대신 뉴 카이런은 오프로드에서 싼타페와 비교할 수 없는 당찬 실력을 발휘한다. 여기에는 뉴 카이런에 네바퀴굴림으로 기어가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결국 뉴 카이런은 대배기량 엔진을 갖춘, 오프로드에 강한 중형 에스유브이로 차의 성격을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또 다른 중형급 라이벌인 기아 쏘렌토(2.5리터, 프레임 보디)에 비하면 특출난 장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쏘렌토는 나온 지 오래되어 판매 대수가 부쩍 줄어든 상황. 그러니 쌍용자동차는 쏘렌토 후속이 출시될 2009년 이전에 뉴 카이런의 판매에 바짝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이경섭 ‘모터트렌드’ 편집장
약간의 울렁증도 감수해야

누군가는 청바지 뒷주머니라고 했다. 다른 누군가는 벤츠 에스(S) 클래스 앞모습이라 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괴상한 모양새라고 했다. 쌍용 카이런이 처음 등장했을 때 터져 나온 이런저런 평가들이다.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는 투구와 방패의 흔적은 고작 청바지 뒷주머니 모양을 닮은 테일램프에나 확인될 뿐이었다. ‘어쨌든 튀어야 산다’는 쌍용의 남다른 디자인 철학(?) 덕분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만한 외관을 지니진 못했지만 성격만큼은 분명했다. 원래 카이런은 내용이 좋았다. ‘주행성능만큼은 괜찮다’는 게 시승을 하고 난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의 일관적인 견해였다. 이 말을 에둘러 말하면 ‘다만 디자인이 문제’라는 얘기겠다.

카이런은 도심주행에 어울리는 스포츠실용차(SUV)다. 디젤엔진 특유의 걸걸대는 소음도 적고 밟으면 튀어나가는 맛도 매끈하다. 하지만 오프로드 성능도 경쟁자에 비해 훌륭한 편이라 주말엔 산으로 들로 쏘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오너에게도 어필할 만한 장점을 가졌다. 프레임을 쓴 차체는 믿음직하고 176마력의 파워도 넉넉한 편이다. 다만 굴곡이 심한 도로나 거친 노면에서라면 다소 헐렁한 서스펜션이 불만스럽긴 하다. 발끝에 힘을 주고 핸들을 이리저리 비틀어보면 약간의 울렁증을 감수해야 한다.

새로 바뀐 카이런은 그간 고객들이 제기한 불만 요소를 거의 잠재웠다. 좋게 본다면 성형미인의 탄생이요, 나쁘게 말한다면 개성을 포기한 평범으로의 회귀라고나 할까. 라인이 어지럽던 앞모습도 손봤고 어색했던 뒷모습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호화장비는 여전해서 카이런이 ‘알고 보면 고급차’라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기울기 10% 이상의 내리막에서 자동으로 일정 속도를 유지해주고 적재량에 따라 높이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에어 서스펜션, 인위적인 급조작에 따른 전복을 막아주는 센서, 스티어링에 달린 기어변속 버튼과 전자동 주차 브레이크, 타이어 공기압 체크 기능 등 탐낼 만한 유용한 장비가 가득하다. 호화 장비만큼 값도 호화롭다는 게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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