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ZOO’
|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주>(ZOO) 오츠이치 지음·김수현 옮김, 황매 펴냄
라이트 노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요즘 애들’의 독서 취향을 알고 싶어서였다. 라이트 노블은 작가도 독자도 10대에서 시작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문자 그대로 ‘가벼운 소설’을 뜻하는데, 일본에서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얼마 전부터 한국에도 꽤 많은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에서 고전이나 순수문학, 또는 각종 장르문학이 애니메이션과 이종교배를 하는 느낌이랄까. 규칙이나 상식에 매이지 않고 선연한 이미지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끌어 가는 소설이 많다. 그중 17살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로 데뷔한 오츠이치의 단편집 <주>(ZOO)는 라이트 노블의 독특한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작품이다.
수록된 10편을 관통하는 지점은 다름 아닌 이미지. 첫 번째 이야기 ‘세븐 룸즈(Seven Rooms)’는 영화 <큐브>를 연상시킨다. 어느 날 어린 남매가 어느 방 안에 갇힌 채 깨어난다. 어딘지 알 수 없다. 몸집이 작은 남동생은 방을 관통해 다른 방으로 흐르는 도랑을 타고 다른 방에 가는데, 일곱 개의 방에 영문을 모르고 갇힌 여자들이 한 명씩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하루에 한 명씩 죽어 나간다. 신본격 미스터리 작가인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이라는데, 수수께끼를 해결하고픈 욕망을 뛰어넘는 공포와 가슴 짠한 결말이 인상적이다.
![]() |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
오츠이치뿐 아니라 니시오 이신, 나스 기노코와 같은 작가들이 쓴 라이트 노블을 차례로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건, 결국 ‘요즘 애들’ 운운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해 독자가(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쓴다는 게 라이트 노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은 그 섬뜩할 정도의 상상력으로, 라이트 노블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이다혜 / 좌충우돌 독서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