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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2 16:59 수정 : 2007.09.12 17:09

‘ZOO’

[매거진 Esc]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주>(ZOO) 오츠이치 지음·김수현 옮김, 황매 펴냄

라이트 노블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요즘 애들’의 독서 취향을 알고 싶어서였다. 라이트 노블은 작가도 독자도 10대에서 시작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문자 그대로 ‘가벼운 소설’을 뜻하는데, 일본에서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얼마 전부터 한국에도 꽤 많은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에서 고전이나 순수문학, 또는 각종 장르문학이 애니메이션과 이종교배를 하는 느낌이랄까. 규칙이나 상식에 매이지 않고 선연한 이미지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끌어 가는 소설이 많다. 그중 17살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로 데뷔한 오츠이치의 단편집 <주>(ZOO)는 라이트 노블의 독특한 매력을 한껏 발산하는 작품이다.

수록된 10편을 관통하는 지점은 다름 아닌 이미지. 첫 번째 이야기 ‘세븐 룸즈(Seven Rooms)’는 영화 <큐브>를 연상시킨다. 어느 날 어린 남매가 어느 방 안에 갇힌 채 깨어난다. 어딘지 알 수 없다. 몸집이 작은 남동생은 방을 관통해 다른 방으로 흐르는 도랑을 타고 다른 방에 가는데, 일곱 개의 방에 영문을 모르고 갇힌 여자들이 한 명씩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하루에 한 명씩 죽어 나간다. 신본격 미스터리 작가인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소설이라는데, 수수께끼를 해결하고픈 욕망을 뛰어넘는 공포와 가슴 짠한 결말이 인상적이다.

이다혜의 재밌게 읽자
죽어 가는 남자가 수혈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결국 죽음을 받아들일 이유를 발견하는 ‘혈액을 찾아라’, 영화 처럼 인간이 되기를 소망한 어떤 ‘만들어진 존재’의 이야기 ‘양지의 시’ 등 수록 작품의 수준이 고른 편이다.

오츠이치뿐 아니라 니시오 이신, 나스 기노코와 같은 작가들이 쓴 라이트 노블을 차례로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건, 결국 ‘요즘 애들’ 운운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해 독자가(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읽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쓴다는 게 라이트 노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은 그 섬뜩할 정도의 상상력으로, 라이트 노블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이다혜 /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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