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칠리아 농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포도 따는 시기를 놓치면 지나치게 단 와인이 만들어진다.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지중해 시칠리아섬의 대표 와인너리 ‘돈나푸가타’에서 좌절 끝의 기쁨을 얻다
풍광이 아름다운 곳을 담은 사진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특히 프랑스나 이탈리아 포도밭의 사진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넓은 구릉지대와 길게 뻗은 길, 그 사이로 주렁주렁 달린 포도들, 절로 침이 고인다. 이탈리아 와인너리(와인 양조장)을 방문하는 비행기 안에서 잔뜩 그런 사진을 생각하면서 드디어 나도 내 인생에서 그 한 장을 남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인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11시간40분, 다시 그곳에서 로마까지 두 시간, 시칠리아 섬까지 한 시간, 그 부속 섬 판텔렐리아까지 오십분, 비행기를 놓쳐 노숙까지 한 여정이었지만 곧 사탕선물을 받을 아이처럼 힘들지 않았다.
화이트 와인 ‘벤 리에’를 아시나요?
|
빗물을 받을 수 있는 지붕(맨위사진). 뜨거운 태양과 지중해 바람이 포도를 탐스럽게 키운다(가운데사진). 녹색의 포도껍질이 자연건조되어 색이 변했다(맨아래사진).
|
돈나푸가타는 이탈리아 토착 포도 품종인 네로 다볼라(Nero d'Avola)와 지비보(Zibibbo)를 주된 재료로 와인을 만들고, 시칠리아와 부속 섬 판텔렐리아에도 포도밭을 두고 있다. 판텔렐리아는 화산섬이다. 물이 귀하다. 비가 오면 빗물을 받아두고자 조개껍질 모양의 지붕들을 만들었단다. 안토니오 랄로는 “따뜻하고 겨울과 바닷바람이 있어 포도를 말리기에 좋다. 이곳에서 화이트 와인 벤 리에(Ben Rye)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방문 둘쨋날 바로 그 벤 리에의 제조과정을 볼 수 있었다.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몇 번이고 안토니오에게 물었다. “넓은 포도밭이 있지요?” 답은 “예스!” 두고 볼일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랄로의 가족들은 서둘렀다. 도로가 좁아 큰 차라고는 볼 수 없는 섬에서 마치 딱정벌레 같은 자동차들이 줄을 지어 달렸다. 간간히 차창 밖으로 내미는 얼굴과 팔은 이미 익을 대로 익은 토마토로 변해 있었다. 차가 멈춘 곳은 크지도 넓지도 않은 비닐하우스 몇 채와 마당이 있는 곳이었다. 비닐하우스에는 녹색의 모스카토 포도가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와인을 만드는 방법중에 하나인 파시토(Passito)를 보실겁니다. 시칠리아 섬에서만 만드는 방식은 아니지만 벤 리에를 이 방식으로 만들지요. 포도를 약 3~4주 동안 말립니다. 이미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시키고 있는 와인에 이것을 넣어 함께 익힙니다.”
![]() |
시칠리아 농부들의 굵은 손마디는 우리네 농부의 그것과 같다.
|
![]() |
찰랑찰랑 와인잔 안에 판텔렐리아 바다가 녹아있다.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