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3 19:07
수정 : 2007.10.0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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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나푸가타 와인 안씰리아(사진 위), 라 푸가(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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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말을 걸고 맛을 자극하는 이탈리아 와인 라벨의 미학
와인은 라벨로 말을 걸어온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는 훌륭한 라벨로 유명하다.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장 콕토, 살바도르 달리 등 세계적인 화가들이 라벨을 그렸다. 와이너리 주인장 로칠드 남작과의 교분 때문이었지만 화가들은 그 자체를 즐겼다. 라벨은 화가들의 또 다른 캔버스였다.
돈나푸가타 와인 안씰리아, 리게아, 라 푸가, 앙겔리, 탄크레디에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여인이 그려져 있다. 비극의 주인공 마리아 까롤리나의 얼굴이다. 그가 웃기도 하고 눈을 감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녀의 삶이 담긴 돈나푸가타의 라벨은 그 맛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키운다.
이 와인들의 이름들 역시 특이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국민적 작가 ‘주세페 토마시 디 람페두사’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다. 탄크레디는 남자 주인공, 앙겔리는 여자 주인공이다. 앙겔리는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이탈리아 와인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네로 다볼라와 멀롯을 블렌딩한 와인으로 중간 바디(와인의 물 무게감)이며 붉은 명주실처럼 쭉 흐르는 색과 과일향이 일품이다.
그저 작은 병 껍데기 같지만 그것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라벨을 즐기면서 달콤한 와인을 맛보는 것도 와인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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