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03 21:28
수정 : 2007.10.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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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의 스타일
세련된 실루엣을 위한 남성 수트 고르기
남성으로서 수트를 입는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내가 대학을 입학하기 직전까지,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20세의 성인이 되기 전까지 사실 수트를 입는다는 건 결혼식이나 장례식 같은 경조사를 위해 격식을 차리기 위함밖에 다른 이유는 없었던 것 같다. 빨리 커서 아버지처럼 멋진 양복을 마음껏 입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 수트는 진정한 남자의 상징으로 느껴졌고,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정말 나를 위해 만든 나만의 수트를 입게 되었다.
세련된 체형을 위한 어깨와 팔 길이
고등학교까지가 가족의 보살핌을 받는 시기였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사람은 독립적인 주체를 가진 완벽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격을 가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의 수트는 자기 자신을 사회에 내보이는 시기의 첫 번째 비주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사실 수트는 외국의 복식 문화에서 들어왔다. 어린 시절 우리는 그 착용법이라든가 선택법이라든가 하는 것에 대해 교육 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남성 수트의 90퍼센트를 입는다는 대표 아저씨 부대들의 수트 입는 법은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말 그대로 ‘개판 오분 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대중적인 수트를 만들어내는 브랜드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고르는 사람의 잘못도 반은 되는 것이기에, 오늘은 대한민국의 스타일리시한 아저씨 부대들을 위해 한마디 해야겠다.
약 3년 전 정우성·손예진 주연의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의상 디렉터를 맡았을 때였다. 정우성을 위한 수트 피팅이 있었는데 아마도 30여 벌의 수트를 입고 몇 벌을 확정했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수트는 가장 기본적인 남성의 의복이지만 고르기가 무척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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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의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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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의도나 테헤란로의 점심시간 때쯤 길을 가다 보면 아저씨들을 위한 교복 브랜드가 새로 탄생했는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모두 다 똑같은 실루엣의 똑같은 컬러의 똑같은 소재의 똑같은 얼굴 표정을 한 한 무리의 남자들 덕이다. 그들은 근엄한 표정에 멀리서 보면 같은 색깔로 보이게 만드는 어두운 회색, 짙은 남색, 아니면 검정색의 통일된 라인의 수트를 입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모두 다 자기의 치수보다 한 치수 이상 큰 재킷을 걸쳤다는 것이다. 소매도 길고 어깨도 넓고 길이도 긴 어중간한 실루엣이 그들의 몸매를 더 어중간하게 만들어버리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수트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체형을 커버하면서도 몸에 꼭 맞아 보이게 입어야 제멋이다. 특히 30∼40대의 남성들은 가장 노릇을 너무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체형을 돌볼 여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트를 더욱 신중하게 골라야 함은 당연지사다. 몸에 꼭 맞게 보이면서도 체형을 잘 커버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1. 어깨가 적당히 맞도록 입자
먼저 어깨 넓이가 중요하다. 그런데 가장으로서 망가진 체형을 가진 우리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어깨보다 배 둘레에 먼저 옷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어깨가 적당히 맞는 수트를 입으면 머리의 크기와 비례해서 사람을 균형 있게 만든다. 머리 길이의 두 배 정도 되는 넓이로 어깨를 맞추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머리 크기와 어깨 넓이의 균형이라는 것을 명심하라.
2. 팔길이는 팔목 뼈를 살짝 덥도록 하자
두 번째로는 소매길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팔목을 다 덮는 길이의 수트를 입고 있는데, 그것처럼 바보 같은 스타일도 없다. 수트의 팔길이는 팔목 뼈를 살짝 덮는 길이로 선택하되 셔츠의 소매깃이 1∼1.5㎝ 정도 보이게 입어야 멋스럽다.
3. 엉덩이를 살짝 덮는 정도의 길이를 선택하자
또한 엉덩이를 다 덮을 정도의 하프코트 길이의 재킷을 입는 것은 세탁소에서 빌려 입은 듯 어색하게 만든다. 엉덩이의 가장 나온 부분을 살짝 덮는 정도의 라인이야말로 다리 길이를 가장 길어 보이게 만드는 재킷의 길이임을 숙지하라.
웬만하면 매장에 직접 들르는 성의를
바지 길이는 수트 팬츠의 실루엣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 길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지면을 다시 할애하도록 해야겠다.
수트는 직접 입어보고 자신의 체형을 생각하여 길이와 사이즈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웬만하면 시간을 내어 직접 매장에 들러 고르는 꼼꼼함도 필요할 것이다. 그럼 이 같은 수트 고르기를 몸소 실천하여 대한민국의 여의도와 테헤란로에도 세련된 남성들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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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1. 남색 줄무늬의 투 버튼 수트/디케이엔와이 짧은 깃의 흰색 셔츠/돌체 앤 가바나 와인색의 폭이 좁은 자카드 타이/알렉산더 맥퀸 브라운 윙팁 슈즈/에이-테스토니 브라운 벨트/란스미어
2. 검은색 원 버튼 수트/송지오 흰색 셔츠/돌체 앤 가바나 검은색 구두/소다 회색 행거치프/폴로 바이 랄프로렌 검은색 가죽 벨트/루이비통
3. 검은색 원 버튼 턱시도 수트/루이 비통 커프스링 장식의 흰색 턱시도 셔츠/루이비통 꽃무늬 자카드의 보타이/랄프 로렌
4. 남색 체크 더블 브레스트 수트/던힐 컬렉션 파란색 줄무늬 셔츠/던힐 컬렉션 부엉이 모양의 은색 커프스링/스티븐 웹스터 실버 라인 갈색 타이/벨그라비아
5. 회색 원 버튼 수트/겐조 검은색 줄무늬 베이지 셔츠/랄프 로렌
보랏빛 줄무늬 타이/벨그라비아 갈색 사각 뿔테 안경/레이 밴
6. 검은색 투 버튼 수트/띠어리 스티치 장식의 검은색 셔츠/띠어리 빨간색과 파란색 줄무늬 타이/란스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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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cyworld.com/stylistkimsungil)
사진 배태열/반스 스튜디오
모델 이기웅
헤어·메이크업 김선희/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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