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11 13:01 수정 : 2007.10.11 14:28

커버스토리

[매거진 Esc]커버스토리
나이트클럽 중견 웨이터와 지배인들에게 들어본 ‘부킹’의 법칙

‘부킹’(booking)의 사전적 의미는 예약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부킹’은 나이트클럽에서 웨이터가 남녀 손님을 짝지어 주는 것을 뜻한다. ‘골프부킹’에서는 본디 뜻대로 쓴다. 클럽문화를 가진 미국이나 유럽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이트클럽과 카바레에서 15∼30년 동안 일해 온 웨이터와 지배인 등 세 사람을 만나 한국식 부킹 문화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일주일에 한번씩 여자 손님들에게 ‘푸싱’

■ 부킹은 언제 시작됐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조사한 바 없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960∼70년대 카바레에서 처음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밤문화>를 보면, 1947년에 이미 카바레가 신문에 언급되며, 60∼70년대에는 고고클럽과 함께 대표적인 춤 공간으로 각광받는다. 카바레에서 남자가 맘에 드는 여자를 발견하면, 웨이터에게 여자에게 춤출 뜻이 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부탁한다. 여자가 이를 받아들이면 남자가 여자 테이블로 가서 함께 춤추고 술도 마시는 방식이다. 웨이터들이 여자 손님을 남자들 자리에 ‘부킹 돌리는’ 지금과는 정반대다.


■ 부킹은 왜 남자만 하나?: 보통 나이트클럽에서 여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남자들이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 이는 카바레의 경우 춤을 매개로 부킹이 이뤄지므로 남자가 여자 쪽으로 옮겨갈 이유가 생기지만, 나이트클럽에서는 춤이라는 매개 없이 부킹이 이뤄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나이트클럽에서 마케팅 전략으로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 여자 손님들에게는 술을 공짜로 주는 이른바 ‘푸싱’을 하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여자들은 공짜술을 마시고, 업소에서는 이를 통해 손님 수를 올리는 것이다. 드물지만, 여자들이 먼저 웨이터에게 남자들을 부킹시켜 달라고 요구할 때가 있다. 강남 리버사이드 호텔 물나이트의 ㅌ아무개(50)씨는 “가끔 여자 손님들이 룸을 잡고 웨이터에게 남자 부킹을 요구할 때가 있다”며 “그런 손님들 가운데는 유흥업소 종사자가 많다”고 말했다.


10월 6일 찾아간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 모습.
■ 부킹은 저절로 되나?: 나이트클럽 테이블은 크게 홀테이블·홀부스·룸 세 종류로 나뉜다. 나이트클럽마다 ‘기본’이 있는데, 이는 홀테이블 자리와 맥주 3∼5병, 과일안주로 이뤄진다. ‘기본’가격은 20∼30대가 가는 나이트클럽의 경우 대략 5만∼10만원이다. 따라서 ‘기본’ 비용만 내면 나이트클럽에 들어갈 수는 있다. 그러나 ‘기본’만 주문한다면 사실상 부킹을 포기한 것과 같다. 웨이터가 마지못해 부킹을 시켜주긴 하지만, 자리에 온 상대방이 앉자마자 일어설 것이다. 부킹을 원한다면 최소한 자리가 넓은 홀부스나 룸에서 양주를 주문해야 한다. 이 경우 셋이 함께 간다면 한 명에 15∼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신 부킹만 하지 않으면, 나이트클럽은 여럿이 함께 5만원만 내고도 밤새도록 춤을 출 수 있는 공간이다.

겉모습에서 ‘있는 티’를 내라?

■ 부킹에서 성공하려면 잘 생겨야 하나?: 부킹의 성공 조건은 첫째 말솜씨, 둘째 돈과 명품, 셋째가 외모다. 외모보다는 재밌는 화술로 상대방을 사로잡는 게 더 중요하다. ‘말발’이 약한 사람의 무기는 명품 옷과 치장이다. 겉모습에서 ‘있는 티’를 내야 한다. 정우성 정도로 잘 생기지 않는 한, 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부킹에도 ‘게임의 법칙’이 있다.

■ 웨이터들은 왜 열심히 부킹을 돌리나?: 나이트클럽 웨이터들은 일종의 프리랜서다. 업소에서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데리고 온 손님한테서 나오는 매상을 업소와 일정비율로 나눠 갖는다. 부킹을 열심히 돌려 자신의 이름값을 올려야 손님이 많아지는 게 당연하다. 여자 손님들을 많이 데리고 올 수 있느냐도 웨이터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푸싱’을 하는 날 여자 손님들을 많이 데리고 오는 웨이터는 업소에서 특별수당도 받는다. 이 때문에 유능한 웨이터들은 홈페이지 관리에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mh@hani.co.kr

[매거진Esc] 커버스토리
▶ 나이트라고 다 같은 나이트가 아니지~
▶ “최고령 웨이터는 71살 할머니”
▶ 웨이브… 웨이브… 가슴 업 다운!
▶ [Esc를 누르며] 부킹 코리아 / 고경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